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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마침내 몸을 일으키며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 “네가 원한다고? 강하연, 너 정신이 나갔어? 네 엄마와 서씨 가문 사이에 이미 구두로 약속이 있었다고는 해도, 서윤재는 두 다리가 불편해서 평생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 해. 네가 시집가면 홀로 늙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이태영의 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 강하연은 쌀쌀하게 웃었다. “제가 서윤재와 결혼하고, 그 잡종을 박승민과 결혼시키면 아빠 마음대로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신경 쓰는 이유가 뭐죠?” “그래, 후회하지 마.” 강하연은 일어서서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말했다. “이 일을 아직 박승민에게는 말하지 말아요.” “걱정하지 마, 내가 굳이 나서서 골치 아프게 만들 필요는 없어.” 박승민에게 말하면 일만 커질 텐데 이태영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 강하연이 자신의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새벽이었다. 그녀는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박승민을 한눈에 보았다. 그는 술에 취해 버려진 강아지처럼 딱해 보였다. 발소리를 들은 박승민은 즉시 고개를 들었다가 강하연을 보자 눈빛이 순식간에 빛났다. “강하연, 드디어 왔구나. 정말 오래 기다렸어! 왜 나한테 오지 않았어?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박승민은 아주 매력적인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시선을 집중해서 한 사람을 바라볼 때면 유난히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에도 여러 번 강하연을 화나게 할 때마다 늘 이런 식으로 가련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강하연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면 그녀는 더는 화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강하연의 머릿속에 방금 박승민이 했던 말이 계속해서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하는 거야... 강하연, 그냥 들여보내 주면 안 될까? 술 마시고 비도 맞아서 몸이 너무 힘들어...” 박승민이 강하연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끌며 나지막하게 투덜거렸다. 강하연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박승민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강하연은 전화기 너의 목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소율인 것 같았다. “힘들면 의사를 찾아. 왜 나한테 전화하는 건데?” 박승민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한마디 하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그치지 않았고, 강하연은 박승민의 얼굴에 비정상적인 홍조가 띤 것을 알아차리고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어쨌든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정이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박승민을 집으로 데려와 감기약을 챙겨주고 소파에 눕힌 뒤 모든 것을 처리하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밤새도록 고생한 강하연은 이미 매우 지쳐 있었다. 의식이 흐릿해질 무렵, 누군가 방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강하연은 잠을 잘 때 문을 잠그는 습관이 있었다. 그 사람은 시도에 실패하자 곧 포기했다. 다음 날 아침, 박승민은 이미 떠났고 식탁 위에는 그가 남겨놓은 아침 식사가 있었다. 강하연은 박승민이 아침에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극장에 도착하자마자 이소율의 목에 있는 불쾌한 자국을 발견했다. “소율 씨, 방금 데려다준 사람 소율 씨 남자친구예요? 진짜 잘생겼던데요!” “맞아요! 게다가 차도 비싼 걸 타고 왔어요. 재벌 2세인가 봐요!” “너무 부러워요. 소율 씨. 남자친구가 잘생겼지, 한테 잘해주지...” 이소율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강하연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 강하연은 순간 알아차렸다. 아마도 어젯밤 박승민이 방 문이 잠긴 것을 깨닫자마자 이소율을 찾아갔을 것이다. 식탁 위의 아침 식사도 그냥 챙겨온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하연은 고개를 숙여 무용화를 신고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 한 차례 리허설이 끝나고 쉬는 시간, 강하연은 이소율에게 아첨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기 싫어 혼자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 하지만 하필 이소율이 따라 나왔다. “언니, 어젯밤 집에 갔다고 들었는데 혹시 가서 나에 대해 일렀어?” 이소율의 맑은 얼굴에 조롱 섞인 미소가 떠올랐다. 강하연은 그녀를 힐끗 보았지만 상대할 기분이 아니었다. 몸을 돌리려는 순간, 이소율이 손목을 잡았다. “언니, 왜 날 그렇게 멸시해? 이제 이 가문은 내 거야, 아빠도 내 거고 수석도 내 거야. 심지어 박승민도 내 것이 될 거야.” “미쳤구나.” “박승민이 널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사실, 그 사람은 내 곁에 있는 단 1초도 널 생각하지 않았어. 남자는 본래 욕망에 지배되는 생물이야.” 강하연은 자신의 손을 힘껏 빼내며 쌀쌀하게 말했다. “그 점은 너희 모녀가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둘 다 주제넘게 상대를 훔치려 들다니. 역시 유전자는 대물림되는구나.” 이소율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지만 곧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눈을 굴리더니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목소리마저 더없이 억울해졌다. “언니, 내가 잘못했어. 내, 내가 승민 오빠의 사랑을 탐하면 안 됐어. 내가 나빴어. 하지만 나는 단지 오빠의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이야. 언니, 제발 용서해 줘.” 말을 마치고 난 이소율은 뜻밖에도 강하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가 또 무슨 짓을 하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뒤에서 박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하연! 너 또 소율이를 괴롭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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