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6화

성하진은 지금 당장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나 좀 피곤해서 휴학하고 며칠 동안 여행 좀 다닐 거야. 멀리 가진 않아.” 성하진은 자신이 읽고 있던 여행 가이드를 보여주었다. 성하진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 허찬우는 조금은 안도하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럼 다행이고. 특허 하나 때문에 속 좁게 굴건 없잖아. 넌 다음에 하나 더 내면 되지.” 마침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병원에 있는 성우진의 전화였다. “찬우 형, 어디 있어? 민영 누나가 자고 일어나니 형이 없어서 상태가 다시 악화됐어. 지금 울면서 벽에 머리를 찧는데 피를 많이 흘리고 있어. 빨리 와.” 허찬우는 서둘러 문을 나서면서도 돌아보며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 “쉬면서 여행 다니고 싶으면 그렇게 해.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은 가지 말고.” 성하진은 조용히 웃었다. ‘걱정하지 마. 너무 멀리 가진 않아. 딱 너희들이 찾지 못할 정도로만 멀어질게.’ 마당을 지나며 흉물스럽게 쌓여 있는 잿더미를 바라보던 허찬우는 여전히 마음이 불편한지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마음을 놓았다. 성하진이 이토록 매정하게 군다면 그도 더 이상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다만 왠지 모르게 그는 여전히 성하진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괜한 생각 하지 말자. 쟤가 어디로 가겠어? 지금은 민영이 돌보는 게 더 중요하니까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어.” 허찬우는 강민영을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성하진을 뒤로하고 자리를 떴다. 이어지는 며칠 동안 성하진은 패키지여행으로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라 분위기도 좋았다. 그들은 같이 산 정상에서 석양을 바라보고 별빛 아래서 노래를 부르며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더 이상 가족과 사랑에 상처받지 않고 사람은 결국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아주 멋진 가든 레스토랑이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오후를 즐기려던 성하진의 눈에 누군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강민영이었다. 오늘은 강민영이 퇴원하는 날이기도 했다. 온 가족이 그녀를 축하해주고 그들은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샴페인, 선물, 케이크. 성하진은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것들을 강민영에겐 공주님 모시듯 다 바치면서 마음껏 고르게 했다. 성종구가 강민영을 위해 와인을 따라주는 모습을 보던 허찬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민영이 방금 퇴원했는데 술 마시게 하지 마세요.” “그럴 수는 없지. 아무도 나랑 같이 술 안 마시면 이 술은 다 버릴 거야? 아니면 찬우 네가 대신 마실래?” “오빠, 걱정하지 마. 조금 마시는 건 괜찮아.” 강민영이 부드럽게 허찬우의 귓가에 다가갔다. “아저씨 오늘 기분 좋은데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아. 그냥 마실게.” 구경꾼들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은 한창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연인 같았다. 이를 본 성우진이 곧바로 부추겼다. “안 마시면 안 되지. 아니면 둘이 뽀뽀해.” 성종구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래, 둘이 뽀뽀하면 민영이한테 술 안 줄게.” 강민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지만 거절하진 않고 허찬우를 흘깃 쳐다봤다.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살짝 턱을 치켜든 그녀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허찬우는 그녀의 유혹적인 시선에 입이 바싹 마르며 망설이는 순간 강민영이 갑자기 다가와 그의 입술에 먼저 입을 맞췄다. 허찬우는 강민영이 그렇게 대담할 줄은 몰랐고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밀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닿는 순간 그는 결국 유혹에 넘어가 호흡이 가빠지며 적극적으로 화답하기 시작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