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06화
제왕은 원용의 입에서 주명취의 이름이 나오자 인상을 찌푸렸다.
“죽은 사람을 왜 들먹이는 거야?”
“제왕은 제가 왜 이러는지 알 리가 없지요. 어쩌면 제가 쪼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저는 꼭 제왕에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요. 당신은 주명취를 못 잊고 있는 거죠?”
제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 여자 얘기는 안 하면 안 되겠어? 도대체 죽은 사람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가 뭐야?”
“그건 제왕이……”
“용의야 왕부로 돌아가면 너를 정비로 맞이할게. 난 앞으로 너와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어.”
“제가 지금 정비가 되려고 이러는 것 같아요?”
제왕은 화를 억누르고 원용의의 어깨를 잡았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네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다 해주려고 그러는 거야.”
“그 말 참 모순적이네요. 제가 묻는 말에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않으면서 제 믿음을 얻으려는 거죠? 제왕이 저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모두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네요.”
원용의는 고개를 돌려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내가 그녀를 잊고 못 잊고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
“그럼 제왕은 제가 다른 남자를 그리워하고 있어도 괜찮겠네요?”
“뭐? 감히 어떤 새끼야?”
원용의는 눈을 흘기며 제왕을 보며 허탈한 듯 웃었다.
“거봐요. 역지사지를 해보니 제 마음이 좀 이해가 되나요?”
원용의는 제왕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제왕이 대답을 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원용의는 사식이가 있는 방으로 가기 위해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잠깐만 우리 나가서 얘기를 하는 건 어때?”
제왕은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제왕, 당신은 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
“일단 나가서 얘기를 좀 하자고.”
“간단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당신입니다! 간단명료하게 대답해 주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사람을 지치게 합니까?”
“……”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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