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28화
진짜 신분
만아가 정집사의 얘기에 완전히 빠져 성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재미있는 이야기인 줄 알고 원경릉에게 들려주려 했는데 다 듣고 보니 원경릉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아 들려주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아가 계속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걸 원경릉이 알아차리고, “만아야, 왜 그래? 저녁 내내 우거지상이네.”
원경릉은 사실 정집사가 만아에게 신분을 밝혔을 까봐 걱정이 됐지만 또 정집사가 그렇게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믿었다.
“쇤네 아무 일도 없어요!” 만아가 생각을 좀 하더니 역시 못 참겠는지, “성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원경릉이, “어느 성녀가 불쌍해?”
만아는 원래 뭘 감추는 성격이 못돼서 정집사 얘기를 원경릉에게 전해주었다.
얘기가 끝나자 원경릉은 한동안 놀라서 당황하고 만아 본인도 눈물을 흘렸다. “죄송해요, 쇤네 이런 얘기를 해 드리면 안되는데. 괴롭게 해드렸네요.”
원경릉이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흔들며, “괜찮아, 그냥 얘기인데 뭘. 진짜가 아니라.”
“쇤네 생각에 정집사가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마치 자기 얘기를 하는 것처럼 울 것 같은 모습을 봤거든요.”
“울 것 같다고 다 자기얘기를 한다고 할 수는 없어. 너도 정집사 얘기를 듣고 나하테 전하면서 울잖아. 그냥 인간의 동정심이야. 그래, 생각하지 마. 얼른 가서 씻고 자.” 원경릉은 만아가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호수에 뛰어드는 일이 생길 까봐 걱정이 됐다.
“그럼 쇤네는 물러갑니다!”
정집사는 용감하게 사랑하고 미워했던 사람이다. 남강왕을 지독하게 사랑했기에 모든 것을 버리고 남강 북쪽을 배반한 채 남강왕과 함께 하며 자식을 낳았던 게 분명하다. 이토록 사랑하는 두 사람이 죽음으로 인해 영원히 헤어져야 했으니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야?
원경릉은 요즘 감정이 풍부하고 예민해 진 게 어쩌면 임신 때문인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자신을 잘 대입하곤 한다. 만약 자기가 목청청이면 남편이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달려갔는데 모든 게 잿더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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