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42화
탕양의 아내
잠시 후 탕양이 한 여인의 손을 잡고 천천히 부엌에서 나오는데, 나이는 대략 서른 전후로 눈을 사로잡을 만큼 찬란하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었는데 노랑, 빨강, 파랑, 보라…… 무지개를 통째로 입고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조잡한 느낌이 없다.
가늘고 윤기나는 머리를 틀어 올리고 자수정 비녀를 꼽았는데, 야윈 얼굴이 아주 예쁘지는 않지만 품위가 있고 옅은 화장을 한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살포시 번져 있다. 눈을 살짝 내리깔고 탕양의 손을 잡고 나오는 거동이 침착했다.
서일이 장난삼아, “오~ 탕대인과 부인이 이렇게 금슬이 좋으실 줄이야, 걸어 나올 때도 손을 잡네요.”
원경릉이 서일을 살짝 밀쳤는데 탕부인의 눈에 초점이 없는 것을 보고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과연 탕대인이 미소를 지으며, “예, 아내는 눈이 좀 불편합니다.”
탕양은 아내를 데리고 앞으로 와서 작은 소리로, “당신 앞이 바로 태자 전하와 태자비 마마,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서일과 서부인 사식이, 이 사람들은 얘기 많이 들어 아는 분들이니 긴장할 필요 없어.”
탕부인이 함박웃음을 짓고 절 하며, “태자 전하, 태자비 마마를 뵙습니다. 서장군 안녕하십니까. 서부인 안녕하십니까!”
원경릉이, “부인 괜찮습니다. 어서 앉으세요!”
서일과 사식이가 서로 마주보고 살짝 놀랐다. 탕대인 부인이 맹인이라고? 그럼 왜 태자비 마마께 봐 달라고 하지 않으셨지?
탕양이 부인을 부축해 앉히고 탕부인은 얼굴을 정확히 돌려 원경릉과 마주하더니 감사인사를 하며, “태자 전하, 태자비 마마, 이 집은 너무 귀한 것이라 저는……저는 태자비 마마의 큰 은혜를 갚을 길이 없습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부인 그건 겉만 보고 하시는 말씀 이세요. 요 몇년간 초왕부 안팎으로 얼마나 많이 탕대인의 신세를 지고 있는데요.”
탕부인이 스르르 웃는 게 주변 사람이 탕양을 칭찬하는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탕양도 부인에게 꽤 자상해서 요리를 집어 와서 부인 앞접시에 덜어주고 생선 가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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