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90화
정화 군주가 안 왕비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봐요,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다들 앞다퉈서 자기 책임이라 그러네. 요즈음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그 말은 반만 맞아요. 전부 안왕 전하 잘못이 아니란 뜻이에요. 고지의 수법에 저도 태자비 마마도 걸려들지 않았는데 왜 그 사람만 걸려들었을까요? 그 사람이 대체 뭐가 잘못된 거였을까요? 저를 믿지 못한 게 잘못일까요?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절 못 믿었던 거죠? 즉, 우리 부부 사이에 진작부터 문제가 있었고 고지는 그 틈을 파고든 거였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저를 완전히 믿도록 하지 못한 제 자신도 책임이 있어요. 이런 일이 태자 전하와 태자비 마마 사이엔 없었으니까요. 심지어 둘째 동서와 둘째 아주버님 사이에도 없었죠. 유독 우리에게만…… 아무튼 그래서 내린 결론이에요. 그럼 이제 누굴 탓할 수 있죠? 그리고 지금 누구를 탓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요?”
말을 마치고 모두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손뼉을 치며 외쳤다. “자자, 오늘이 얼마나 좋은 날인데요, 경축일이에요. 그런 일 들먹이지 말고 웃어요. 다 지난 일이니 연기처럼 사라지게 놔두세요.”
모두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짓는데 손 왕비만 여전히 정화 군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대체 누구랑 혼인하는데?”
정화 군주가 미소를 짓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전신!”
다 어리둥절한 가운데 손 왕비가 넋이 나간 채 물었다. “뭐? 전신? 어느 전신?”
정화 군주가 손 왕비에게 답했다. “모든 여자들이 시집가고 싶어하는 바로 그 전신.”
다들 놀라 멍하니 있었는데 호비도 놀라며 의아하다는 듯이 정화 군주에게 물었다. “너, 넌 이게 어디 시집간다는 말이야? 앞으로 시집 안 가겠다는 거잖아?”
원용의와 손 왕비도 얼른 이해했다. 민간에서 여자가 시집을 가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게 두려울 때는 직신, 수신, 화신 유선같은 신에게 시집을 가는 의식을 치르곤 한다. 이렇게 하면 친정은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그런 신을 경외하게 되어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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