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25화
다음날, 이리 나리는 왕비를 따라 눈늑대봉에 도착했다. 그는 비록 눈늑대봉을 여러 번이나 왔었지만,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다. 마치 집이 있어도 돌아갈 수 없는 듯, 고개를 들어보아도 익숙한 늑대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를 맞이한 것은 그저 눈 덮인 산과 살을 에는 듯한 한기뿐이었지만, 오늘은 기대감이 남달리 커서, 그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땀이 날 정도로 들떠 있었다.
바로 그때 스승님이 휘파람을 불자, 눈늑대봉 위로 천천히 설랑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이리 나리가 그토록 꿈꾸던 설랑 무리였다.
그는 늘 이렇게 큰 규모의 설랑 무리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설랑들은 다가오지 않고, 그저 산 위에 멈춰 서 있을 뿐이었다.
“스승님, 좀 더 가까이 오게 해주십시오.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입니다.”
이리 나리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어찌 그리도 조급한 것이냐?”
그러자 왕비가 그를 힐끔 보며 말했다.
이리 나리는 최근 본 늑대 무리 중 설랑 세 마리만 보았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수십 마리도 넘어 보였다.
순백색과 회백색 설랑은 눈 덮인 산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았고, 회백색 늑대들은 눈산의 드러난 바위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리 나리는 이내 생긴 일로 울먹이고 말았다.
늑대 무리가 천천히 걸어 나와 한 줄, 두 줄로 둘러섰고, 어느새 독랑요의 작은 산에는 반 시진도 되지 않아 설랑들로 가득 찼다. 분명 여유롭게 걸어왔었지만, 마치 자리를 미리 정한 듯 자연스럽게 위치를 잡았다.
이리 나리는 산 위에 가득한 설랑을 바라보며 넋을 잃을 정도로 감탄했다.
몇 마리나 데려가야 할까? 다 데려가도 잘 키울 수 있을까?
이리 나리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스승님, 전부 데려가겠습니다.”
“뭘 데려간다는 말이냐?”
왕비는 너무 느긋한 설랑들의 움직임에 화가 치밀어 올라, 그의 말을 잘 못알아들었다.
“설랑이요. 전부 데려가겠습니다.”
이리 나리가 진지하게 말하자, 왕비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는 설랑을 고르러 온 게 아니라, 사과하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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