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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By: Webfic

제 923화

고지의 말을 듣고 난 후 원경릉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방금 한 얘기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거야. 내가 알고 싶은 건 네 뱃속의 아이가 어떻게 내 부친의 아이냐는 말이다.” “초왕비, 역지사지 알죠? 내 입장이 되어 잘 생각해 보세요. 나한테 있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진짜 위왕의 아이를 갖는 것이었겠죠? 하지만 위왕은 내게 손도 대지 않지, 안왕은 다그치지, 나도 별 방법이 없었습니다. 마침 정후가 안왕에게 벼슬을 할 수 있게 뒤를 봐달라고 부탁을 하러 왔고, 안왕은 계속해서 거절하다가 결국 나와 며칠 밤을 보내주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요. 정후도 동의했고요. 바로 그때 이 애가 생긴 겁니다.” 원경릉은 고지의 말을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만약 고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원경릉은 정후의 머리를 열어 그 안에 똥이 들었는지 된장이 들었는지 확인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근데 웃긴 건 이제부터입니다.” “……” “안왕이 그렇게 말해놓고 정후를 도와주지 않았거든요. 하하, 이런 말하기 뭐 하지만, 초왕비의 부친은 정말 멍청합니다.” 고지는 말을 하면서 배를 잡고 웃었다. 눈이 없어서 그런지 그녀의 웃음은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원경릉은 그 모습을 보고 토를 할 뻔했다. “고지, 내가 너한테 물어볼 게 더 있으니, 여기서 하루 이틀 더 있거라.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을 다 알게 되면 하인에게 널 명월암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게.”원경릉은 말을 마치고 바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서일을 불러 정후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잠시 후, 원경릉은 서일을 시켜 정후를 고지가 있는 별채에 데리고 가게 했다. 원경릉은 별채 옆 방에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들었다. 서일은 정후에게 “대감, 여기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태자비께서 곧 오실 겁니다.”라고 말했다. 정후는 고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가 서일에게 알겠다고 하고 고개를 돌리자 두 눈이 없는 거지꼴을 한 여인이 앞에 보였다. “대감, 안녕하셨지요?” 정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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