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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강나리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의 기척은 없고 끝없는 적막만이 남아 있는 공간, 마음속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결국 봉투를 집어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좋게 만났으니 서로 좋게 헤어져야지.’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비상계단에서 유재훈이 지친 몸을 이끌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가 어떻게 강나리의 마음을 모를 수 있을까? 강나리가 그걸 버려버리길 바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끝내 챙겨주길 바라는 모순된 마음이 스쳤다. 그녀는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유재훈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이미 지나간 배를 강가에 표시하듯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그저 강나리가 한 번만이라도 뒤돌아봐 주길 바라며. 그래서 문을 닫은 그 디저트 가게를 통째로 인수했고 다시 문을 열게 했다. 사람들은 의아해했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건 그저 유재훈의 집착과 어긋난 마음이 기댈 곳이었을 뿐이라는 걸. 유재훈은 입을 막고 고개를 숙여 창백한 얼굴로 기침을 했고 이내 손바닥에는 빨간 피가 묻어났다. 비서가 약을 내밀었지만 이번에는 유재훈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됐어. 이제 소용없어.” 어느덧 등 뒤의 상처에서는 피가 다시 배어 나왔고 지금의 상태에서 먹는 약 따위는 이미 아무 의미도 없었다. “북서 지역 쪽에 사람 붙여서 나리를 잘 챙기라고 해. 그리고 내가 맡겨둔 서류들, 빨리 가져와.” 유재훈은 그렇게 말한 뒤, 기운 없이 차에 올라타 눈을 감았다. 사실 조금만 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고 아주 조금만 더 강나리 곁에 있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나리가 출발하던 날, 유재훈은 멀리서 그녀가 빛을 향해 더 나은 미래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통증이 밀려온 그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동안 애써 숨겨왔던 그리움과 후회가 피와 함께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내 강나리에게서 시선을 떼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바닥에 피를 토해놓았다는 걸 알았다. 유재훈의 옆에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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