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화
“괜찮아요. 병원 앞에서 택시 잡으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말고 일 보세요.”
황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금방 끝나니까...”
“정말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주호진이 말을 이으려 했지만 황이진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고는 송유리의 손을 잡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주호진은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의 뒷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
병원 밖.
송유리는 걸음을 옮기다 말고 뒤를 돌아봤다. 멀리 보이는 건 병원 로비뿐, 주호진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송유리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이진 언니, 저기... 오늘 언니가 주호진 선생님을 대할 때의 말투가 좀 이상했어요.”
황이진은 앞서 걸으며 병원 주차장을 지나 도롯가에 섰다.
“이상했어? 난 그냥 평소처럼 한 건데?”
송유리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오늘 언니 도시락 준비하면서 그랬잖아요. 주호진 선생님 심장이 돌덩이라도 언젠간 바늘처럼 뾰족하게 뚫릴 거라고. 그런 성격인데, 아까는 먼저 우리 데려다주겠다고 했잖아요. 그거 보면... 조금은 변한 거 아닐까요?”
황이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잠시 숨을 고르더니 쓸쓸하게 말했다.
“근데 오늘 깨달았어. 나... 그 사람한테 허비할 시간 별로 없더라.”
“갑자기 할머니 일이 터졌을 때, 살려달라고 매달렸는데도 결국 그는 일 핑계 대면서 거절했어. 죽고 사는 문제 앞에서도 그랬다니까... 그런 사람한테 더는 기대를 걸 이유가 없어.”
황이진은 잠깐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나... 그때 거의 무릎 꿇을 뻔했어.”
송유리는 마음 한구석이 아릿했다.
이 일은 본래 황이진이 짊어질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건 황이진이었다.
송유리는 조심히 위로를 건넸다.
“그래도 결국엔 와주셨잖아요.”
황이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건... 고 대표님이 전화했으니까 그런 거야.”
송유리는 고개를 떨구었다.
‘서유진의 부탁을 받아, 고인성이 움직였고, 고인성의 요청을 받아 주호진이 결국 수술실에 들어간 거였어... 결국 언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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