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화
서재 입구에 다다른 송유리는 문을 반쯤 열고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역시나 책상 앞에 마주 앉은 고인성은 눈을 감은 채 손으로 미간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일을 오래 한 건지 꽤나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송유리에게는 일하는 모습 대신 능글맞고 체력이 남아도는 모습만 보인 고인성이라 송유리는 대표라는 일이 쉬운 건가 하는 착각도 했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돈이 알아서 굴러들어온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도 힘들어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
송유리가 노크를 하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 고인성은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왔어?”
“네.”
짤막한 대화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집에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늘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다.
물론 모두 계약 결혼 때문이라는 걸 알지만 송유리는 이 순간만큼은 그게 진심이라고 믿고 싶었다.
“밥 아직도 안 먹은 거예요?”
“응.”
“나 기다렸어요?”
송유리의 질문에 고인성은 태블릿으로 시선을 옮기며 답했다.
“배가 안 고파서.”
타이밍도 안 맞게 때마침 고인성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한 서재에 너무나 선명하게 들린 소리를 차마 무시할 순 없었는지 고인성은 헛기침을 하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아까까지는 안 고팠는데 방금 막 고파진 거야. 너도 왔으니까 밥 같이 먹자.”
송유리는 대답 대신 문을 살짝 열며 조심스레 물었다.
“이 타이밍에 이런 말 하는 거 좀 이상한 거 아는데 곧 8시라서요. 지원 안됐을까 봐... 혹시 한 번만 확인해줄 수 있어요?”
“지원됐어.”
“확인도 안 해보고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시간 맞춰서 지원자 명단 보내오니까.”
“거기에 내 이름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괜찮아. 내가 추가하면 돼.”
“...”
역시 대표라 그런지 말의 무게감부터가 달랐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송유리는 어찌 됐든 혜택을 받은 셈이었다.
‘다들 지원하는 오디션인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거야...’
이럴 때보면 고인성과 결혼한 게 아예 나쁜 건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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