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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네.”. “정말 통 크네.” 수억 원짜리 백을 그냥 선물로 줘 버리다니. 이 백은 고인성이 사심을 담아 특별히 그녀를 위해 고른 것이었다. 송유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알았어요. 인성 씨가 싫다면 안 줄게요.” 고인성은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마음대로 해. 네가 결정하면 돼.” “내가 선물하면 기분 나빠요?” “당연히 아니지.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쁘니까.” “알았어요.” 송유리는 더욱 마음 편히 그 백을 황이진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좋은 일에 친구를 빼놓을 수 없지 않은가. 차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웨이터가 다가와 차 문을 열어주며 송유리와 고인성을 안내했다. 식사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터라 두 사람은 미리 메뉴를 확인하며 저녁 요리를 주문하기로 했다. 막 레스토랑에 들어서자마자 고인성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내려다보던 그는 송유리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 “가족 문제라서, 너 먼저 웨이터랑 올라가서 주문해둬. 금방 갈게.” “알았어요.” 송유리는 우연히 고인성의 휴대폰 화면에 뜬 ‘어머니'라는 문자를 보았다. 지옥순이 왜 고인성에게 연락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오늘의 전속 모델 발표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옥순은 분명 내가 고인성을 부추겼다고 생각하겠지... 아, 됐어.' 송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냈다. 이 기회를 얻은 과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으니 남의 시선 때문에 자신을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고인성의 말대로 그녀는 좀 더 당당해져야 했다. “손님,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웨이터의 안내를 따라 송유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복도 끝에 앤티크 브라운 슈트를 입고 앞머리를 빗어 올리고 금테 안경을 낀 남성이 검정 정장의 중년 남성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앤티크 브라운 슈트를 입은 남자는 다름 아닌 고인성의 형, 고승현이었다. 중년 남자의 키는 그보다 조금 작았다. 그는 한 손으로 양복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살짝 허리를 굽혀 인내심 있게 상대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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