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화
송유리는 너무 오래 쳐다보면 요금이 부과되기라고 하듯 두 번 다시 눈길을 주지 못했다.
고인성이 집을 사주겠다는 이 제안을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황이진이 떠올랐다.
송유리는 급히 문자를 보냈다.
[고인성 씨가 오늘 갑자기 서류 더미를 주면서 집을 사주겠다고 하네요.]
아직 후반부 의문문을 다 작성하기도 전에 황이진의 답장이 도착했다.
[사!]
한 글자지만 간결하면서도 강렬했다.
송유리는 꿋꿋이 남은 문장을 완성했다.
[하지만 어떻게 아무 이유 없이 집 한 채를 받아요?]
[남편 아니었어?]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사실 그녀와 고인성의 결혼은 계약 관계였다.
송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답장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그때 황이진의 새로운 문자가 도착했다.
[지금 그 사람이 버는 돈은 모두 부부 공동 재산이야. 게다가 설령 집을 사도 자기 이름으로 등기한다고 해도 어차피 절반은 네 거라고. 돈은 둘 다의 것인데 집은 돈 내는 사람 것이야. 등기명의자랑 큰 상관이 없어.]
‘돈 내는 사람의 것.'
그러니까 이 돈은 고인성이 낸 거니 사실 집은 여전히 그의 소유라는 건가?
이 말에 송유리는 오히려 안심됐다.
[알겠어요.]
황이진은 송유리가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오해하고 바로 자신이 소개해 준 곳을 고려해볼지 물었다.
송유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료 더미를 뒤적였다.
자료에 없는 곳은 감히 선택할 수 없었지만, 운 좋게도 황이진이 사는 고급 아파트 단지가 학교 근처에 있었고, 자료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네.]
[한번 와서 볼래?]
[네, 오후 3시에 수업 끝나고 갈게요.]
[좋아! 지금 당장 단지에서 가장 좋은 몇 채 골라둘게. 오늘은 아무도 못 사게 해 둘 거야.]
[고마워요, 이진 언니.]
오후 3시.
송유리는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나왔다.
눈은 이미 그쳤지만 학교 직원들이 학생들을 위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열심히 쓸고 있었다.
‘고생이 많으시네.’
송유리는 택시를 탔다.
분양 사무실 안은 따뜻했고, 정장을 입은 황이진이 서류 뭉치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