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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녀는 놀라 말문이 막혔다. 전우빈도 동시에 눈앞의 여자를 알아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날 졸업 파티에서 네가 심윤서를 무대에 오르게 강요했지?” 서하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서둘러 변명했다. “아니, 강하연이 시킨 거예요.” 강하연이 심윤서에게 백설 공주역을 연기하라고 강요한 것은 맞지만 심윤서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무대로 끌고 올라갈 때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바로 서하늘이었다. 전우빈은 서하늘을 상대하기조차 싫었다. 그의 시선은 서하늘의 책상에 놓인 여러 장의 이력서에 집중되었다. 대부분 전진 그룹 계열사에 보내는 것이었다. 전우빈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력서 넣을 필요 없어. 전진 그룹은 너 같은 직원이 필요 없으니까.” 말을 남긴 전우빈은 서하늘의 하얗게 변한 얼굴에는 관심도 없이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차에 올라탄 전우빈은 즉시 심윤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심윤서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전우빈은 짜증이 나서 시동을 걸었지만 순간 그는 어디로 가서 심윤서를 찾아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전우빈은 심윤서가 서울 출신이라는 것만 알 뿐 그녀에게 부산에 친척이 있는지 학교 밖에 다른 친구가 있는지 평소 어디를 즐겨 찾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사귄 2년 동안 심윤서는 항상 전우빈을 따라다녔고,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가고 자기가 좋아하는 곳을 다니며 자기 친구들과 어울릴 뿐 결코 심윤서의 일상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전우빈은 영문 모를 짜증이 계속 났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나와 술 마시자.” 전우빈은 한 상 가득 술을 시켰지만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위치 정보를 추가한 다음 SNS에 올렸다. 전우빈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수시로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심윤서의 소식은 오지 않았다. 평소 그는 SNS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가끔 올리는 게시물마다 심윤서가 즉각 반응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그가 일부러 술자리 사진을 잔뜩 올렸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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