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서지수는 CCTV 화면을 최대한 확대했다. 모니터 속 남자는 몸에 착 맞는 수트 차림으로 보호자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각 잡힌 자세와 냉랭한 분위기가 눈에 띄었지만, 각도 탓에 눈빛은 잘 보이지 않았다.
무표정이던 서지수의 눈에 의외라는 기색이 번졌다.
“아는 사람이에요?”
주현민이 그녀의 변화를 눈치챘다.
“아니요, 처음 봐요.”
서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뜻밖인 이유는 남자가 친구 소채윤이 사진으로 보내며 그녀와 닮았다고 놀리던 바로 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주현민은 살짝 고개를 기울였지만 더 묻지 않았다. 보호자 사정까지 캐묻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선생님.”
서지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분이 다시 오면 바로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알겠어요.”
주현민은 흔쾌히 수락했다.
서지수가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하자, 그는 조용히 병실을 비워 주었다.
남은 시간, 서지수는 CCTV 캡처와 소채윤이 보내 준 사진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 서수민에게 시선을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이어 갔다.
“오늘 엄마 친구가 다녀갔대요. 저는 본 적 없는 사람인데... 저희랑 좀 닮았어요. 혹시 외삼촌일까요? 조카는 외삼촌을 닮는다더니 저도 그런 건가요?”
서지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속삭이다가 일을 시작하기 20분 전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그녀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서수민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건 오래된 친구 허지영이다. 외삼촌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허지영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 밤 전화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회사에 도착하기 직전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육도훈이었다.
“서지수 씨, 제가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요. 아영이가 정말 지수 씨를 좋아해요. 앞으로도 무용 가르쳐 주시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서지수는 힘이 살짝 빠졌던 손으로 다시 휴대폰을 고쳐 쥐었다.
“고마울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아영이가 친구랑 실력을 겨루고 싶어 해서요. 토요일 하루 종일 수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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