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한서율과 민재하의 관계는 어느새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일상은 평화로웠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윤재헌에게서 아이를 잃었던 그날, 의사의 냉정한 진단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자궁 출혈이 너무 심해서... 다시는 임신이 어려울 겁니다.”
그 한마디는 가슴 깊이 박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흉터가 되었다.
민재하는 여러 번 그녀를 위로했다.
“아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서율 씨만 있으면 돼요.”
하지만 한서율은 알고 있었다. 그의 말이 아무리 그의 진심이라 해도 그가 속한 민씨 가문은 같은 마음일 리 없다는 것을.
...
그날, 한서율은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를 확인한 의사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현재 의학으로는 명확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무리한 시도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요.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진단서 한 장에 불과했지만, 그 종이는 그녀의 손에서 천근만근의 무게로 느껴졌다.
병원 복도를 걸어 나오던 그녀는 힘없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서율아.”
애써 잊으려 했지만, 단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었던 그 목소리였다.
그녀의 시선이 병실 문틈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한태성이 있었다.
침대 위의 그는 더 이상 한때의 권력을 누리던 그가 아니었다.
볼은 움푹 꺼졌고, 뼈마디마다 고통의 흔적이 선명했다.
한서율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가방끈을 꽉 쥐었다.
그녀는 해외로 떠난 뒤, 단 한 번도 한태성과 마주한 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본 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했다.
그날, 그는 그녀를 향해 악을 쓰며 외쳤다.
“한씨 가문엔 이제 너 같은 딸은 없다!”
병실 문 앞에 선 한서율은 이성적으로는 돌아서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발은 마치 땅에 뿌리를 내린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탁해지고 핏발이 선 한태성의 눈을 바라보다가 결국, 천천히 발을 내디뎌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정말... 서율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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