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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시간이 흘러, 어느새 또 한 해의 첫날이 밝았다. 한서율은 예년처럼 도시 외곽의 절을 찾았다. 보육원 아이들의 평안과 행복을 빌기 위한, 오래된 습관이었다. 초봄의 산기운에는 아직 찰랑이는 찬 공기가 스며 있었다. 그녀는 캐시미어 숄을 여미고 향로 앞 방석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은은한 향이 공기 속으로 번져 가고, 종소리가 산사 깊은 곳에서 천천히 울려 퍼졌다. 기도를 마친 한서율은 절 한쪽에 자리한 오래된 소원 나무 앞으로 걸어갔다. 붉은 리본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나무에 그녀도 새 리본 하나를 매달았다. “올해도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그러다 문득, 시선 끝에 한 스님의 모습이 들어왔다. 낙엽을 쓸고 있는 그의 회색 승복과 삭발한 모습은 낯설었지만, 그 실루엣은 놀라울 만큼 익숙했다. ‘재헌 씨...?’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그 남자가, 지금 이곳에서 묵묵히 낙엽을 쓸고 있었다. 패인 볼살과 사라진 오만함의 자리에는 깊은 평온만이 흘렀다. “저분은 정진 스님이에요.” 옆을 지나던 동자승이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며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사랑하던 사람을 저버린 죄값을 치르기 위해 절에 들어오셨다고 해요. 하지만 절에 오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이 고요함이 그분에게 얼마나 오래 평안을 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죠.” 동자승의 말이 끝나갈 무렵, 윤재헌이 마치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의 눈과 한서율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찰나의 눈 맞춤에 수많은 원한과 지난날의 악몽이 한서율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모든 감정의 파도는 잔잔히 가라앉았다. 윤재헌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하더니, 그녀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등을 돌려 걸어갔다. “무슨 생각 해요?” 민재하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한서율은 고개를 돌려 미소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예전에 알던 사람을 본 것 같아서요.” 민재하는 잠시, 멀리 사라져 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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