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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랜 사랑바랜 사랑
By: Webfic

제2화

윤이영의 집에서 나온 뒤 강지수는 그 길로 집과 먼 곳에 떨어진 병원으로 가 아이를 지우려고 예약했다. 현씨 가문의 권력은 재경 곳곳에 뻗어 있었던지라 재경시의 병원에서는 당연히 지울 수 없을 것이었고 현재현에게도 바로 문자가 갈 것이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박예지는 이번에 그녀에게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은 족히 2시간이나 되었고 영상 속 박예지는 야한 속옷을 입고 있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현재현 옆에는 각종 성인 물품들이 가득했다. 주방이며, 서재, 현관 등 두 사람은 집안 곳곳을 누비며 뜨거운 시간을 보냈고 영상 속 잔뜩 흥분한 현재현의 모습은 그녀도 처음 보는 것이다. 영상이 1분 1초 흘러갈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2시간짜리 영상을 끝까지 보았다. “강지수 님, 수술실로 들어갈 준비 해주세요.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의사는 다소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강지수는 그제야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심지어 몸마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속상해서가 아니었다. 아무리 현재현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를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고 있어서 흘리는 것이었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이었고 물건처럼 질리면 버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인생에 스며든 존재였던지라 그를 포기한다는 것은 그녀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팠다. 소매로 눈물을 닦은 그녀는 현재현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하면서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디야? 보고 싶은데 올 수 있어?” 현재현은 어딘가 숨기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오늘 밤은... 윽!” 그는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다급하게 말했다. “오늘 밤은 못 들어갈 것 같아!” 말을 마친 그는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 강지수는 멍하니 하얀 벽을 보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전화를 이렇듯 끊어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몇 분 후 그녀는 눈을 질끈 감더니 심호흡한 뒤 입을 열었다. “괜찮아졌어요. 수술받을게요.” 깊은 밤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 윤이영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강지, 부탁한 건 전부 준비해 뒀어. 이틀 뒤에 바로 실행할 수 있을 거야.] 침대에 누운 강지수는 이날 밤 울다가 잠들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어두운 방 안에 앉아서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현재현이 돌아왔다. 그는 코트를 벗은 뒤 몸이 어느 정도 따듯해진 후에야 그녀를 안고서는 태블릿을 들고 어느 한 섬을 가리켰다. “자기야, 내가 방금 이 섬을 샀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주려고. 그리고 전국 곳곳에 놀이공원 지을 생각을 하고 있어. 놀이공원 이름은 우리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결정될 거고 백 일 동안 파티를 열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축복을 받을 거야!” 잔뜩 흥분한 채로 말한 후에야 그는 강지수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그는 흐느끼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얼른 강지수를 돌려보니 강지수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는 강지수가 이렇듯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지라 당황하고 말았다. 만약 강지수의 눈물은 순간 현재현에게는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모든 감정이 그에게 확대되어 느껴졌던지라 눈물을 줄줄 흘리는 그녀를 보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괜찮아.” 강지수는 그의 손길을 피해버렸다. “임신하면 감정이 수시로 변한다고 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정말?” 현재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오늘은 어디 안 가고 우리 자기 옆에 꼭 붙어 있을 테니까 뚝 하자, 응? 먹고 싶은 건 없어? 내가 만들어 줄게.”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점심에는 동창회가 있고 저녁에는 선생님 뵈러 가기로 했으니까 넌 네 할 일 하러 가.” 강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 출국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던지라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를 기다린 것이었다. 현재현은 그녀가 혼자 외출하는 것이 걱정되었던지 계속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두 사람은 결국 동창회까지 같이 오게 되었고 들어가자마자 동창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봐, 내 말이 맞지? 내가 지수가 오면 현재현도 올 거라고 했잖아. 현재현은 진짜 강지수 껌딱지라니까.” 동창의 말에 현재현은 웃으면서 농담을 받아주었다. 그러고는 준비해 온 선물을 직접 그들에게 전해주었다. 동창들은 놀란 목소리를 냈다. “세상에. 이건 샤리쉐의 신상이잖아! 이 주얼리 세트 가격만 몇억 한다고 들었는데. 이런 비싼 걸 우리한테 선물해도 되는 거야? 와, 지수 덕에 매번 이런 비싼 선물을 받아보네.” 강지수는 인기가 많은 편이었던지라 동창회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와 아주 친한 친구들이었다. 그랬기에 현재현은 어떻게든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 그들이 기뻐하면 강지수도 기뻐할 테니까. 그들은 속으로 사랑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나 차갑고 까칠한 현재현이 강지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들에게 매번 이런 선물을 해주니 말이다. “지수야, 정말 부러워! 나도 현재현처럼 나만 바라봐주는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네.” 그 말을 들은 강지수는 더는 전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없었고 그저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웃고 떠드는 소리가 가득하던 이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몸에 화려한 보석을 잔뜩 하고 온 박예지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동창회가 있으면 나한테도 좀 말해주지. 나도 너희 동창인데, 어떻게 나만 쏙 빼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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