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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유재민의 말은 비수가 되어 서나연의 심장을 깊게 찔렀다. 그리고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 마치 모든 걸 이해한 듯한 경멸 섞인 시선은 그녀를 절벽 끝까지 밀어붙였다. ‘보조 업무? 문서 정리? 핵심 능력 없음?’ 유재민은 사람들 앞에서 서나연의 모든 가치를 부정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처참하게 밟았다. 그 모든 것은 단지 다른 여자, 채유진을 위해 길을 닦아주고 정당화하기 위함이었다. 채유진의 눈빛에 드러나 있는 기쁨은 서나연의 마지막 이성을 끊어버렸다. 억울함과 분노가 한데 섞여 그녀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충동으로 인해 폭발했다. 서나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곧바로 무대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첫 발을 디딘 순간,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갑작스럽게 꽉 움켜잡았다. “이거 놔!” 서나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몸부림쳤지만 유재민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조교는 단지 몇 가지 세부 사항을 확인하러 온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서나연의 몸부림을 무시한 채 거의 반강제로 그녀를 무대 앞에서 끌어내렸다. 쿵! 이내 문이 닫히고 외부의 소란과 분리가 되자 어두운 조명 아래 둘만 남았다. 서나연은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쳤지만 손목에는 이미 선명한 붉은 자국이 남았다. 그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유재민을 노려보며 숨을 격하게 쉬었다. “유재민, 너는 다른 여자를 위해 나를 이렇게 짓밟는 거야? 그럼 내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녀는 울먹이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유재민은 잠시 침묵했고 복도의 불빛이 그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도무지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서나연은 그가 전에 늘 했던 변명으로 넘어갈 거라 생각했지만 유재민은 갑자기 한 걸음 다가와 한 손은 벽에,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리고 예고 없이 거칠게 서나연에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짧고 건조하며 욕망 하나 섞이지 않은 키스. 순간적으로 끝났지만 서나연은 완전히 굳어버렸고 머릿속이 하얘져 피가 굳는 것 같았다. 유재민이 살짝 몸을 떼고 놀란 그녀를 내려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러면 화가 좀 풀렸지? 이제 현장을 방해하지 않을 거야?” 서나연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10년 동안 그를 좇아왔고 수없이 상상하며 가까워지길 꿈꿨다. 심지어 수치스러운 결혼 약속조차 받아들였고 겸허히 유재민의 접촉을 바라왔던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그가 한 키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서나연의 입을 막기 위해, 그리고 채유진에게 중요한 날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수치심이 파도처럼 몰려와 그녀를 완전히 휩쓸었고 방금 당한 공개적인 모욕감보다 수백 배는 더했다. 짝! 경쾌한 소리와 함께 서나연은 유재민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고 유재민의 하얀 피부 위에 선명한 손자국이 찍혔다. 그는 서나연이 자기 몸에 손을 댈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듯 얼어붙었다. 결국, 그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뚝뚝 흘리며 이런 말을 내뱉었다. “넌 내가 이런 소동을 일으킨 게... 고작 이거 때문이라고 생각해? 유재민, 넌 정말 역겹다.” 유재민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서 있었다. 얼굴은 화끈거렸고 서나연의 실망 가득한 눈빛을 마주하고도 말문이 막혔다. 얼마 후, 서나연은 더 이상 그를 바라보지 않고 문을 힘껏 밀고 떠나버렸다. 그녀는 보고 싶은 진실도, 논쟁도 포기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복도의 밝은 조명 아래 서나연은 손으로 눈물을 쓱 닦아냈고 실험실로 돌아가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로그인 후, 프로젝트의 모든 데이터를 선택하고 영구 삭제했다. 떠나더라도 채유진이 이번 학술 부정을 성공시키는 일은 절대 없도록. 몇 시간 후, 서나연은 보안 검색대를 지나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방송이 시작되자 그녀는 캐리어를 끈 채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비행기에 올라탔고 망설임 없이 유재민의 연락처를 모두 차단했다. 그렇게 서나연은 스스로 10년에 걸친 긴 사랑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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