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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3년 만이었다. 그는 좀 더 나이 들어 보였지만 권위의 자리에 오래 앉아 생긴 그 내재한 위엄은 여전했다. 다만 지금은 더욱 깊숙이 가라앉아 있을 뿐만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피로감마저 느껴졌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은 채 즉시 평소의 냉랭하고 이질적인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에 아주 표준적이고 어색함 없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평탄한 목소리로 마치 몇 번 본 적 있는 평범한 동료에게 말을 건네듯 했다. “진 변호사님, 강연을 정말 잘 들었어요.” 진나연의 심장은 잠시 멈춘 듯하다가 다시 평소처럼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앞에 선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남자가 유지하려는 거리감 가득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마음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파도도, 원망도, 심지어 놀라움조차 없었다. 마치 포럼에서 만나 가볍게 인사만 나누는 투자자를 보는 것 같았다. 그녀도 똑같이 담담하고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평탄한 어조로 말했다. “감사해요.” 불필요한 인사도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살짝 비켜서 그와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하이힐이 대리석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는 청명하고 고르게 울리다가 점점 멀어져 사라졌다. 민도준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그 발소리가 복도 모퉁이 너머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제야 그는 겨우 아주 가볍고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곁에 내려둔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가 조금씩 풀렸다. 그는 한 올 빠짐없이 정돈된 정장 소매를 톡톡 턴 다음 발걸음을 돌려 그녀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바로 그 순간 서로 가까이 있음이 천리보다 더 먼 것임을 깨달았다. 포럼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나연은 로펌 사무실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발신자 정보가 전혀 기재되지 않은 국제 소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꼼꼼하게 포장된 그 작은 상자를 보며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내 포장을 뜯자 안에는 어떤 상업 문서나 사적인 선물도 아닌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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