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구시헌은 생각하면 할수록 허탈했다.
너무 방심한 탓에 아주 잠깐 염미정에게 농락당할 뻔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연회장을 돌아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염미정, 내가 준 마지막 기회조차 저버렸지? 좋아, 언젠가는 네가 울면서 빌게 될 거야.’
그때, 한 대의 벤틀리가 그의 뒤에 멈춰 섰다. 다급하게 문을 열고 내린 김선아는 급하게 물었다.
“시헌아, 염미정은 어디 있니?”
이미 평정을 되찾은 구시헌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염미정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세요. 어차피 결국에는 무릎 꿇고 돌아올 겁니다.”
“응?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김선아는 이해하지 못했다. 구시헌은 그녀를 부축해 차에 태우며 말했다.
“집에 가서 얘기해요.”
그는 염미정에게 들키기를 원치 않았다.
마치 자신과 부모까지 그녀를 붙잡는 모양새가 되면 그건 그녀의 자존심을 더 키워줄 뿐이었다.
그 생각이 들자 구시헌은 부모의 강한 반대에도 운전기사에게 바로 집으로 향하라고 지시했다.
뒷좌석에서 구민석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게 뭐야? 고작 한 번의 오해 때문에 결혼식이 아수라장이 됐어!”
김선아 역시 화를 삭이지 못했다.
“맞아, 단순한 오해야! 왜 염미정과 제대로 얘기를 안 한 거니? 오늘은 너희 둘의 결혼식이었고 친척들에 사업 파트너까지 다 왔는데 너희 아빠 체면은 어디에다 두라고!”
성가신 듯 구시헌은 이마를 짚었다.
“염미정은 우리가 체면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한다는 걸 너무 잘 알아요. 그걸 이용해 도망친 거죠. 오늘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저를 우습게 볼 겁니다. 아빠, 엄마도 지켜보세요. 3일 안에 분명히 울면서 저를 찾아올 거예요.”
그는 부모님을 별장에 내려주자마자 곧장 회사로 향했다. 일로 감정을 눌러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책상 앞에 앉은 지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머릿속은 온통 염미정이 말한 그 한마디로 가득 찼다.
‘네, 약속합니다.’
그녀는 서슴없이 배경택에게 그 말을 했다.
그 말이 자꾸만 떠오르며 구시헌을 미치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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