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염미정의 온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염미주, 구시헌은 네 형부야! 어떻게 한 침대에 오를 수 있어? 수치심도 없니?”
염미주는 구시헌의 품에 안겨 비웃듯 말했다.
“언니랑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무슨 형부야? 게다가 언니랑 결혼할지 말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잖아? 남자 마음 하나 제대로 못 붙잡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를 욕해?”
분노에 치가 떨리던 염미정은 헛웃음이 나왔다. 말없이 서 있는 구시헌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한테 매달리는 여자들이 그렇게도 많은데 하필 내 동생이어야 했어?”
구시헌은 현장에서 외도 현장을 들킨 남자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태연했고 입꼬리를 올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둘이 너무 닮아서 잠깐 헷갈렸어.”
그 말인즉 염미주를 그녀로 착각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그의 눈동자에 조롱이 가득 차올랐다.
“근데 염미주는 침대에서 너보다 훨씬 적극적이더라고, 너는 죽은 생선 같아서 재미가 없었는데 말이야.”
그 말이 떨어지자 염미정은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다.
옆에서 염미주는 얼굴을 붉히고 구시헌의 가슴을 가볍게 치며 창피한 척 시늉했다.
“미워요, 언니 앞에서 그런 말 하면 어떡해요?”
“이제야 부끄러워? 조금 전까지 침대에서 그만하지 말라고 매달린 사람은 누구였더라?”
“그만해요, 더 말하면 화낼 거예요, 흥!”
“알았어, 안 놀릴게.”
두 사람은 한참을 알콩달콩 장난을 치며 웃어댔다.
구시헌은 그제야 염미정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듯 웃음을 거두고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네가 수습할 필요 없어. 한씨 가문의 철부지 문제아 도련님이 미주와 파혼을 안 해주고 계속 집적거린다고 하던데, 마침 내가 실수로 미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으니 그 쓸모없는 남자를 치워준 것으로 미주에게 보상한 거야.”
염미정은 숨을 들이켜며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노려보았다.
“네가 미주를 도와준 거라고 쳐. 그럼 나는? 사람들은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시헌은 성가신 듯 말을 끊었다.
“너는 능력도 좋잖아. 그런 소문쯤은 대충 처리하면 되지 않나? 그리고 미주는 네 여동생이야. 너는 그렇게 냉정하게 미주가 어떤 한심한 놈에게 휘둘리는 걸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거야?”
그는 부드럽게 그녀를 타이르듯 말했다.
“착하지, 나는 그냥 미주를 좀 도와준 것뿐이야. 그 망나니 둘째 도련님 문제만 해결되면 나도 너와 결혼 할 거야.”
구시헌은 그 말을 남기고는 염미정에게 반박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염미주를 끌어안고 방을 나섰다.
쿵.
문이 세게 닫히고 염미정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5년 전, 염태수는 한씨 가문과 구씨 가문, 두 가문과 혼인을 약속했다.
그때 한씨 가문은 서울의 서열 1, 2위를 다투던 최고 명문가였고 구씨 가문은 이제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한 신흥 가문에 불과했다.
염미주는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어 한씨 가문을 먼저 선택했었다.
한민준에게 온갖 수를 써서 들러붙고 함께 유학까지 따라가 겨우 혼약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염미주는 구씨 가문이 서울 최고 명문가로 올라설 기미가 보이자 바로 태도를 바꿨다.
그녀는 한민준과 파혼하고 싶어 했지만 한민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염미주는 곧장 구시헌과 한 침대에 오른 것이었다!
염씨 가문과 한씨 가문의 혼약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기에 염미주가 파혼하면 그 빈자리에 들어가야 할 사람은 바로 염미정 본인이었다!
구시헌의 날카로운 비즈니스 감각으로 볼 때 그가 이 점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런 행동을 선택했고 염미정의 체면을 짓밟아 바닥에 내던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