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구시헌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머릿속은 온통 염미정으로 가득했다.
그는 그렇게 부드럽고 순한 여자가 왜 지금처럼 변해버린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염미정은 임신과 유산 같은 중대한 일조차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의 추측이 맞을지도 몰랐다. 염미정의 아이는 애초부터 그의 아이가 아니었을지도.
구시헌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갔고 눈빛에는 점점 짙은 분노가 스며들었다.
염미정은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믿고 갈수록 더 제멋대로 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절대 다시는 그녀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내일 결혼식에서 그는 염미정의 추악한 짓을 하나하나 폭로하고 그녀를 발로 차듯 내칠 것이라고, 염미정이 무릎을 꿇고 빌어도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곧 그녀와 끝을 맺는다고 생각하니 구시헌의 마음속이 어딘가 비어버린 듯 아팠다.
마치 무언가 통제 밖으로 벗어난 것처럼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과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아 올라왔다.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깊이 들이켜며 마음속 불안을 눌러보려 했다.
하지만 곧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옆에서 자고 있던 염미주가 그의 움직임에 깼다.
“시헌 오빠, 왜 안 자고 있어요?”
구시헌은 잠시 멈칫했다.
“좀 답답해서. 너 먼저 자. 나가서 담배 좀 피우고 올게.”
그가 나가자마자, 염미주의 얼굴에서 방금 전의 부드러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서늘하고 음침한 표정이 자리했다.
‘구시헌은 분명 그년, 염미정을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아직도 못 잊었겠지.’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염미정이 구시헌의 아이를 죽였으니 구시헌은 평생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 생각에 이르자 염미주의 입가엔 승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자신이 영리했다.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으니 어렵지 않게 구시헌이 염미정을 철저히 증오하게 만들었다.
내일 결혼식에서 염미정은 모든 사람 앞에서 완전히 망신을 당할 것이다.
그때면 서울 전체가 그녀를 독하고 악랄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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