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서재 안, 윤소율은 빈 노트에 세 글자를 썼다.
윤서린.
그 세 글자는 깔끔하고 균형 잡힌 필체로 종이 위에 뚜렷이 새겨졌다.
윤소율은 갑자기 그 이름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벌써 5년이나 지났네.’
윤서린, 이 이름은 바로 그녀가 한때 사용했던 이름이었다.
옆에 있던 서이안이 세 글자를 바라보더니 하나하나 천천히 읽었다.
“뭐야? 이안아, 너 글자 다 알아?”
“응, 거의 다 알아.”
서이안은 자랑스럽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엄마, 나 글자 정말 많이 알아!”
어린아이인 서이안은 해킹 프로그래밍도 척척 해내기에 이런 글자 정도는 당연히 알았다.
“이건 엄마가 예전에 쓰던 이름이야.”
곧, 윤소율은 부드럽게 설명했다.
“엄마는 예전에 윤서린이라고 불렸어.”
서이안은 윤소율의 품에 기대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줬다.
그녀의 배경부터 시작해 서씨 가문에서 자라며 서현우와 약혼하고 결혼하고 심지어 임신까지 했던 일, 그 후에 발생한 납치 사건까지.
서이안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그리고 그런 끔찍한 범죄를 바로 임채은이 꾸몄다는 사실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그때 내가 기절해 있었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나. 다시 눈을 뜨고 병원에 있었을 때, 누군가가 내게 말했어. 이미 유산이 됐고 두 명의 아기를 낳았지만 둘 다 죽었고... 화재로 시신도 남지 않았다고. 그 뒤로 나는 내 진짜 이름을 숨기고 살았어. 원래 엄마 얼굴에 큰 점이 있었거든. 그래서 나는 그게 선천적인 기미인 줄 알았어. 그래서 사람들이 엄마를 못생긴 여자라고 불렀지. 아마 유산이 원인인 것 같아, 그 후로는 독혈이 빠지면서 그 점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어.”
윤소율은 서이안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네 아빠가 엄마를 알아보지 못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
서이안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형이든 동생이든, 또 다른 가족이 있다는걸.
하지만 임채은이라는 여자 때문에 두 형제는 죽은 뒤에도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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