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설마 윤서린 그 여자... 죽지 않은 거야? 그럴 리 없어.’
친자 확인은 본인이 직접 나올 필요도 없다.
머리카락 몇 가닥만으로도 결과는 충분히 나올 수 있으니까.
기남준의 눈빛은 깊고도 끝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입가에는 비틀린 웃음이 번졌다.
그는 짙은 눈썹을 쓱 올리며 계속 말했다.
“임채은 씨, 저한테 어떻게 보답할 거죠?”
임채은은 주먹을 꼭 쥐었고 온몸에 한기가 스며들었다.
“도대체 어쩔 생각이에요?”
기남준은 갑자기 그녀를 몰아붙이더니 양팔을 펼쳐 벽에 가두며 그녀의 숨통을 옥죄듯 다가왔다.
“제가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임채은 씨, 이번 일은 제가 당신한테 큰 도움 된 거 알죠? 어떻게 저한테 보답할 거죠?”
그는 고개를 숙여 임채은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훑다가 결국 시선은 매끄럽고 하얀 목덜미에 멈췄다.
“곰곰이 생각해 봐요. 어떻게 절 만족시킬지.”
임채은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
“기남준 씨, 설마 저 좋아하세요?”
“하하하!”
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저는 당신한테 전혀 관심 없어요. 다만... 저는 사업가니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합니다. 이번 건은 임채은 씨가 저한테 빚진 겁니다. 절대 잊지 마세요.”
“알아요. 기남준 씨가 저를 그냥 도와줄 리 없다는 거. 분명 노리는 게 있겠죠.”
임채은은 급하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아신 거예요? 서이안이 제 친아들이 아니라는 거.”
기남준은 그녀 귓가에 다가가 속삭였다.
“그냥 짐작했을 뿐이죠.”
임채은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불안한 얼굴을 흥미롭다는 듯 감상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임채은 씨가 뭘 했는지 굳이 저한테 숨길 필요 있을까요? 그때 그 유괴 사건, 그거 다 당신 짓이잖아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전 전혀 모르겠는데...”
“정말 모르십니까?”
기남준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아니면 시치미를 떼는 겁니까?”
그는 갑자기 손을 들어 임채은의 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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