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화
가로등 기둥 옆에 기천우가 힘없이 쓰러져 있었고 바닥에 닿은 손가락 끝은 피투성이였다. 손끝이 미약하게 움직이다가 이내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서이안이 막 다가가려는 순간, 어깨가 누군가의 손에 붙잡혔다.
“도련님.”
뒤를 돌아본 서이안은 문지현이 옆에서 경계 어린 눈빛으로 맞은편을 바라보고 있는 걸 보았다.
문지현은 아까 충돌음을 듣고 고개를 돌렸을 때, 한 아이가 차에 치여 길가로 튕겨 나가는 걸 봤다. 사고 차량은 몇 초 머뭇거리다 곧장 달아나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서이안은 잠시 얼어붙었다가 곧 자신과 기천우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으니 문지현이 착각했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가봅시다.”
알 수 없는 불안이 서이안의 가슴 깊숙이 치밀어 올랐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서이안은 본능적으로 가슴께를 움켜쥔 채 길 건너편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자 피 웅덩이 속에 쓰러진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천우였다.
서이안은 몸이 휘청거려 거의 쓰러질 뻔했고 겨우 옆 기둥을 붙잡고 버텼다.
문지현이 황급히 서이안을 부축하며 시선을 따라가자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핏빛에 잠긴 아이의 얼굴은 지금 곁에 있는 서이안과 너무나 흡사했다. 차분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도무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똑같았고 옷은 온통 피에 젖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문지현은 다시 고개를 떨구어 서이안을 보았다. 혹시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지, 지금 쓰러진 아이가 정말 기천우가 맞는지 눈앞이 혼란스러웠다.
“비켜주세요!”
거친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갈라졌다.
이한성이 사람들을 밀치고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피투성이가 된 아이를 보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도련님!”
이한성은 조심스레 기천우를 뒤집었다. 그러자 창백하게 핏기 하나 없는 얼굴, 서이안과 똑같이 예쁘장한 얼굴이 드러났다. 반쯤은 피로 뒤덮인 상태였고 눈을 뜰 기력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이한성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 아이를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