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임채은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기남준에게서 극심한 압박감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 본 적이 있었다.
그 엄청난 기세 앞에서 변명조차 꺼내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군 그녀는 감히 그를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도 없었다.
기남준이 낮게 말했다.
“임채은 씨, 내가 분명히 경고했죠. 소율이에게 감히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난 당신을 산산조각 내 버릴 거예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덧붙였다.
“임채은 씨, 죽는 게 두려워요?”
그 목소리엔 어떤 감정의 기복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질문처럼 들렸지만 임채은의 귀에는 섬뜩하고 음산하게만 울려 퍼졌다.
기남준은 비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죽는 게 두렵다면 소율이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하지만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한번 해 보시죠.”
그는 몸을 숙여 임채은의 귓가에 차갑게 속삭였다.
“당신이 감히 하려는 짓은 난 이미 오래전부터 해 왔어요.”
그 말을 끝내고 그는 다시 일어나 냉정하게 선언했다.
“당신은 소율이의 조연입니다. 명심하세요. 여주인공은 소율이고 당신은 절대 소율이의 분량을 빼앗아서는 안 돼요. 만약 당신이 소율이를 불쾌하게 만든다면 난 정말 화낼 겁니다.”
그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를 떠났다.
임채은은 얼마나 오랫동안 무릎 꿇고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 누군가가 곁으로 다가오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임채은 씨, 이제 돌아가세요.”
기삭진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멍한 얼굴로 일어섰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두 남자가 보였다.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그들에겐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돼... 기남준 씨가 어떻게 사람을 대놓고 죽일 수 있겠어.’
그러나 방금 전 그는 그녀가 감히 하려는 짓은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 왔다고 말했었다.
임채은은 더 이상 생각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거의 도망치듯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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