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7화

단 한 번의 눈빛만으로 송진수는 다리가 풀려버렸다. 이미 땅에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해 영혼까지 쏙 빠져나가는 듯했다. 서현우가 이런 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고 윤소율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했던 말을 다 들었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망할! 어떻게 설명하지?’ 서현우 앞에서 감히 무례를 범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간이 배 밖으로 나와도 못 할 일이었다. 고작 송씨 가문이 현국 제일의 재벌가와 비교가 되겠나. 송진수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서현우는 꼿꼿하게 앉아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와인잔을 가볍게 든 채 잔에 담긴 액체를 흔들었다. 깊은 눈동자에는 나른한 기운이 감돌았다. 심플한 검은색 셔츠만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귀티는 금욕적이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선이 날카로운 얼굴은 단 한 번의 눈빛만으로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었다. “서 대표님... 아까는 그냥 아무 말이나 한 겁니다...” “아무 말이나?” 서현우는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눈꺼풀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내 건 건드리지 말라고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나?” 송진수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 송진수는 서현우를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애원하는 표정으로 윤소율을 돌아보았다. “윤소율 씨, 아까는 제가 실수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윤소율은 상대도 하지 않았고 서현우가 차갑게 말했다. “어느 손으로 건드렸지?” 송진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묻잖아. 어느 손으로 만졌냐고. 더럽게.” 송진수는 한동안 대답을 못 했다. “말 안 해?” 서현우는 송진수가 떨기만 하며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을 보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럼 두 손 다 부러뜨려야지.” “서 대표님, 안 돼요!” 송진수는 그제야 정말로 두려움을 느끼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제가 잠깐 눈이 멀어서 상대를 몰라봤어요. 서 대표님, 송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 그래도 지인인데... 다 저 여자 때문이에요!” 송진수는 갑자기 윤소율을 가리켰다. “저 여자가 두 집안을 이간질하는 거예요. 저 여자가 날 함정에 빠뜨렸어요!” “말해. 마지막 기회를 주지. 어느 손이야? 그렇지 않으면 두 손 다 못 쓰게 될 거야.” 송진수는 얼굴이 상기되며 주변을 둘러싼 정장 차림의 남자들을 바라보더니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 “서 대표님, 안 돼요! 안 돼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주제도 모르고!” 옆에서 한 경호원이 갑자기 송진수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쾅! 소리와 함께 그를 테이블 위로 제압하더니 술병 하나를 집어 들어 머리 위로 내리쳤다. 후두부의 강한 타격과 함께 송진수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두 손도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열 손가락을 펴자 깨진 술병 조각이 그의 손등에 닿았다. 송진수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그만!” 경호원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래도 말 안 해? 감히 대표님 사람을 건드리다니, 더러운 두 손은 그냥 둘 수 없지.” “말할게요! 말할게요!” 송진수는 절망적으로 외쳤다. “말할게요. 뭐든지 말할게요!” “말해!” “왼손... 왼손으로 건드렸어요!” 송진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왼손... 왼손이요...” 말하며 그는 서현우를 바라보았고 공포에 질린 얼굴에는 핏줄이 툭 불거졌다. 본능적으로 뱉은 말이었다. 왼손 하나를 잃는 게 두 손 모두 잃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서현우는 윤소율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왼손인가요?” “왼손이었나?” 윤소율은 두 눈에 미소를 머금은 채 진지하게 되새겨보듯 손가락으로 이마를 톡톡 건드렸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오른손이었는데요?” 잠시 멈칫하던 윤소율이 시선을 가볍게 송진수에게 돌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음... 두 손 다인 것 같기도 하고?” 송진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을 퍼부었다. “너 이 더러운 년! 너...” “대표님...” 윤소율은 서현우의 품에 안겼다. “저 사람이 날 더러운 말로 욕해요. 저 더러운 입도 망가뜨리는 게 어때요?” “너...” 송진수는 화가 나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제야 여자가 독하면 어떤 모습인지 깨달았다. “그렇게 해.” “네, 대표님.” 송진수는 비명을 질렀고 다음 순간 서현우의 부하들이 술병을 들어 그의 왼손 손등에 날카롭게 찔러 넣었다. “아악!” 돼지 멱따는 듯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송진수는 통증으로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지만 누군가 그를 단단히 누르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이어서... 푹! 깨진 술병이 이번에는 오른쪽 손등을 찔렀다. 송진수는 통증으로 몸을 떨었지만 더 이상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짜악! 경호원이 손을 들어 송진수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고 그 손은 그대로 송진수의 입을 가격했다. 대단한 경력을 지니고 철저히 훈련받은 경호원에게 뺨 한 대를 맞자 송진수는 곧장 이빨 두 개가 부러졌다. 송진수는 잔해 위에 비참하게 쓰러졌고 바닥에 널려있던 깨진 유리 조각들이 그의 피로 물든 손을 마구 찌르며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윤소율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무 역겨워요. 바닥이 다 더러워졌어요.” 그러면서 서현우를 돌아보았다. “안 보고 싶어요.” 서현우가 눈짓하자 경호원들은 이내 알아차리고 겨우 숨만 붙어있는 송진수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곧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어지러운 바닥을 깨끗이 정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한 표정으로 나갔다. 클럽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필 송진수가 서현우를 건드려서 일이 이렇게 되었다. 아무도 동정하는 사람이 없이 다들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다. “재밌어요?” 윤소율이 불쑥 묻자 서현우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윤소율이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오라고 했더니 2층에서 구경만 했어요?” “나는 그쪽이 부르면 바로 오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왔잖아요. 안 그래요?” “...” 윤소율이 서현우의 넥타이를 가볍게 잡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각진 턱선을 쓸어내렸다. “이게 무슨 의미겠어요? 대표님께서 날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죠. 내 말이 맞죠?” 서현우의 얼굴이 바짝 굳어지고 윤소율이 말하려던 순간 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서현우가 휴대폰을 꺼내니 발신자에 임채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전화를 받았고 저쪽에서 임채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우 오빠, 언제 돌아와?” 윤소율은 입술을 살짝 말아 올리며 웃더니 얼굴을 서현우의 가슴에 묻고 두 팔을 그의 허리에 감았다. 전화 너머에서 임채은은 서현우가 있는 곳이 시끄럽다는 것을 예리하게 느끼고 의심했다. “현우 오빠, 클럽에 있어?” “응.” “누구랑 같이 있어?” 서현우가 말을 끊었다. “늦었어. 기사님께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게.” 임채은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서러운 듯 중얼거렸다. “저녁 준비해 놓고 돌아오길 기다렸는데.” “안 먹어.” “...” 임채은은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