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화
천우의 감각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눈은 흐릿했고 귀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다만 힘겹게 흘러나온 한 마디가 공기를 갈랐다.
“아파...”
무거운 눈꺼풀이 다시 내려앉으려는 순간, 다급하면서도 따스한 여인의 목소리가 곁에서 울려왔다.
“이안아, 눈 좀 떠서 엄마를 봐 주겠니?”
천우는 온 힘을 짜내 눈을 다시 크게 떴다. 겹겹이 겹치던 시야가 조금씩 또렷해지며 초점을 찾았다.
윤소율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은 벅찬 기쁨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안아, 드디어 깨어났구나!”
이안아?
천우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쏟아졌다.
이 여자는 누구지? 왜 자신을 이안이라 부르는 거지?
이안은... 누구?
흐릿한 기억을 더듬던 그는 이내 깨달았다.
이안, 서이안.
그리고 눈앞의 여자는 윤소율.
광고와 포스터, 영화 속에서 세계 곳곳에 얼굴을 드러내던, 국제적인 여배우 윤소율이었다.
천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곁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 굳게 다문 입술. 냉담한 표정 뒤에 어쩔 수 없이 묻어나는 걱정이 있었다.
서현우?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사고 당시, 그는 뭔가에 세차게 부딪혀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 머리가 전봇대에 부딪히며 거의 곧장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니, 이 낯선 병실 속이었다.
그런데 왜 이 여인은 자신을 이안이라고 부르는 걸까.
천우는 입술을 떨며 말을 하려 했으나, 목구멍에서 나온 건 탁한 숨소리뿐이었다.
“이안아, 말은 하지 마. 의사 말로는 오랫동안 혼수 상태였으니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대.”
윤소율이 다급히 서현우를 향해 외쳤다.
“의사 어디 있어요?!”
서현우는 손을 들어 침상 옆 호출기를 눌렀다. 곧장 아이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땀이 맺힌 손바닥. 겉으로는 침착했지만, 손끝에 스민 긴장감이 그의 두려움을 말해 주고 있었다.
“이안아, 괜찮다.”
그가 낮게 속삭였다.
이제 눈을 떴으니 모든 게 괜찮았다.
서현우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설령 아들이 평생 식물인간으로 남는다 해도, 설령 깨어난 뒤 바보처럼 변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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