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사회자가 놀란 듯한 표정으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객석에서는 누군가의 손이 느긋하게 번호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1000억!’
현장은 한동안 정적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마치 꿈에서 금방 깨어난 듯 깊은숨을 내뱉었다.
다들 웅성거리던 와중에 번호판을 든 사람이 누군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단지 등받이에 등을 딱 붙인 채, 꼿꼿이 허리를 펴고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번호판을 쥔 손은 희고 가늘었으며 뼈마디까지 도드라졌다. 남자는 번호판을 잠시 들었다가 곧바로 내렸다.
무덤덤한 목소리로 외친 탓에 1000억이라는 금액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윤소율은 속으로 그 사람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토록 태연하게 1000억을 외칠 만한 인물은 기남준 아니면 서현우뿐이었다.
예로부터 남자들은 천하를 다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원하는 여인을 얻으려 했다.
지금 서현우와 기남준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걸고 내기를 벌이는 것 또한 윤소율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다. 시대는 변했지만 세상과 미인의 이야기는 여태껏 변하지 않았다.
“1200억!”
기남준이 또 번호판을 들었다.
그러자 윤소율이 그의 손을 꾹 눌러 막았다.
“그만 내. 고작 오션 하트 하나 갖고 뭘 그리 애를 써? 난 필요 없으니까 그냥 서현우한테 양보하자.”
지금 윤소율이 기부한 오션 하트는 이미 1200억에 달한 상태였으니까, 오늘 밤, 자선 대사의 자리는 틀림없이 그녀의 차지가 될 것이다.
기남준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더 안 할게.”
그가 이 오션 하트의 경매에 참여한 이유는 바로 윤소율을 자선 대가 자리에 올려주기 위해서였다.
1200억이라는 액수가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자선 만찬 경매의 최고가를 새로 써 내려갔다.
“정말 아프로디테를 경매에 내놓은 거야?”
윤소율이 물었다.
“응.”
“왜?”
기남준이 대답했다.
“서현우가 널 그렇게 좋아한다며? 그 마음이 과연 얼마짜리인지 확인해보고 싶었어. 내가 실력적으로 제대로 보여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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