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비록 양아들이지만 기운재는 기천우가 절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지 않았다.
기운재에게 기천우는 그저 기르는 애완동물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기운재가 이름을 부르면 천우는 늘 “네”라고만 대답했고 기운재를 부를 때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큰 도련님이라고 존칭했다.
아마도 자라온 환경 때문인지 기천우는 놀라울 만큼 일찍 철이 들었고 눈치가 무척 빠르고 상황을 읽는 데 능했다.
특히 기운재처럼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사람 앞에서도 그 표정을 읽고 감정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으며 그가 싫어할 만한 질문은 절대 하지 않았고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도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기천우의 그런 영리함이 오히려 두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 기천우를 마주한 기남준이 순간 굳어버린 이유는 바로 기천우의 얼굴이 서이안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봤을 땐 정말로 서이안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줄 알았다.
기운재가 그의 시선이 멈춘 걸 보고 낮게 말했다.
“타.”
운전사도 거들었다.
“둘째 도련님, 어서 타시죠. 햇볕이 강합니다.”
그제야 기남준은 차에 올랐다.
기운재는 햇빛을 볼 수도 햇볕을 쬘 수도 없는데 방금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그걸 잊고 있었다.
기남준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백미러로 뒷좌석에 있는 아이를 훑어보았다.
그러다 보니 이 아이의 출생에 관한 묘한 추측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그 순간, 백미러 속의 기천우가 시선을 들어 기남준을 똑바로 바라봤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눈치가 빠른 기천우는 이미 누군가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챈 듯했다.
백미러 너머로 두 시선이 마주치자 기천우는 얇은 입술을 가볍게 올렸다.
그 눈빛 속의 영리함은 이 또래의 아이들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기천우는 정말 영리하고 똑똑했다.
기남준이 말을 건넸다.
“기천우라... 좋은 이름이네.”
“제가 스스로 지은 거예요.”
“...”
네 살이 되기 전까지 기천우는 이름조차 없었다.
그러다 귀국해 국적을 등록할 때 이름이 필요해졌고 기천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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