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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이한성은 순간 멈칫했다. 아들이 엄마 편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서이안은 어릴 때부터 서현우와 가깝게 지낸 적이 없었다. 역시, 세상의 속담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한성은 살짝 서이안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제가 도련님이 엄마 찾는 걸 도와드릴까요?” “좋아요.” “작은 도련님, 정말 대표님을 두고 가실 겁니까?” “아빠는 필요 없어요.” 서이안보고 아빠와 엄마 중 누군가를 고르라면 당연히 무조건 엄마였다. “아빠가 엄마를 괴롭혔으니까 이제는 제가 엄마를 지켜야 해요!” 서이안은 두 팔을 가슴에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확실해졌어요. 윤소율 아줌마가 바로 제 엄마예요. 앞으로 그 나쁜 아저씨가 또 엄마를 괴롭히면 앞으로 저한테는 아빠가 없어요.” 그 말에 이한성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서이안은 엄마를 찾자마자 아빠를 버리고 아예 호칭도 바꿔버렸다. 이제는 아빠 대신 대놓고 나쁜 아저씨라고 불렀다. 이한성은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스운지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서이안은 바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사실 챙길 건 많지 않았다. 갈아입을 옷 몇 벌과 서현우의 블랙카드 한 장이 전부였다. 아빠는 버릴 수 있어도 이 카드만큼은 엄마에게 돌려줘야 했다. 그건 아빠가 엄마에게 빚진 것이니까. 서이안이 엄마를 잃게 만든 세월만큼의 정신적 피해 보상금은 꼭 자기 손으로 건네주고 싶었다. 서이안이 짐을 다 챙기자 주소를 이미 알아낸 이한성이 서이안을 번쩍 안아 차에 태웠다. 그렇게 두 사람은 거침없이 떠났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최세리는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윤소율은 샤워를 마친 뒤, 소파에 파묻혀 오디션 대본을 읽었다. 중요한 부분에는 동그라미를 치고 대사를 조용히 입으로 되뇌었다. 윤소율이 살고 있는 대형 아파트는 시내 CBD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고 예전부터 기남준의 명의로 사 두었던 집이었다. 인테리어를 마치고 현국으로 돌아온 뒤 윤소율은 곧바로 이곳으로 이사했다. 혼자 살면 오히려 불안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윤소율은 너무 큰 집을 좋아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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