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2화 스팸 전화

권지호가 내게 요추 모형을 선물한 건, 아마 내가 어젯밤에 악몽을 꿨기 때문일 것이다. 꿈속에서 나는 하지 말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꿈에 나온 사람이 내 전 남자 친구인 유승현이라는 것을. 유승현은 업계에서 유명한 ‘미친개’였다. 3년 전, 나는 시도 때도 없이 폭주하는 그의 성격에 지칠 대로 지쳐 이별을 통보했다.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는 듯하더니, 바로 다음 날 인터넷에 대량의 조작된 사진을 유포했다. 심지어 나를 사기 및 자금세탁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하기까지 했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는 낯선 번호로 온 문자 한 통이 떠 있었다. [심지유, 고작 법의학자 따위랑 결혼해서 숨으면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뒤이어 사진 한 장이 전송됐다. 바로 우리 집 건물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렌즈는 정확히 우리 집 베란다를 향하고 있었다. 심지어 방충망 너머로 나와 권지호가 식사하는 실루엣까지 희미하게 보였다. 유승현은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순간, 소름 끼치는 한기가 척추를 타고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손이 떨리는 바람에 휴대폰이 ‘탁’ 소리를 내며 식탁 위로 떨어졌다. 그러자 주방의 물소리가 멎었다. 권지호는 손을 닦으며 나오더니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과 안색이 창백해진 나를 번갈아 보았다. “누구 연락이에요?” 그는 다가와 허리를 숙여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고 나는 본능적으로 달려들어 휴대폰을 낚아채려 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스팸 전화예요!” 너무 서두르던 탓에 내 손톱이 권지호의 손등을 할퀴고 지나갔고 그 자리에 붉은 줄이 그어졌다. 휴대폰을 쥐고 있던 권지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화면의 잠금을 해제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저 조용히 나를 응시할 뿐이었다. 평소 흔들림이 없던 그의 눈동자가 지금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깊이 가라앉는 듯했다. 공기가 몇 초간 얼어붙었다. “손톱이 길었네요.” 권지호는 휴대폰을 돌려주며 평소처럼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시간 날 때 깎아요. 세균 번식하기 쉬우니까요.” 말을 마친 권지호는 몸을 돌려 서재로 들어갔다. 그날 밤, 권지호는 안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옆방 서재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순은으로 된 요추 펜던트를 손에 꼭 쥐었다. 딱딱한 금속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통증이 느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감각이 내게 기괴한 안정감을 주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