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제대로 못 해 놓고 남 탓은 왜 해? 분명히 실력이 부족한 건 자기 자신인데 내가 창피 줬다고 나한테 화를 낸다니... 이건 대체 무슨 논리야?’
“가을아, 네가 실력이 없으면서 왜 윤재를 탓하니?”
“그럴 시간에 머리라도 굴려서 공부하든가... 아니면 책이라도 좀 보든가!”
임태경이 돌아서서 화를 냈다.
아까 식사 자리에서 그는 내내 차분하게 보였지만 손님들이 다 가고 나자 그제야 제대로 화가 치민 듯했다.
‘선아는 젊은 나이에 회사를 이끄는 대표이자 뭐 하나 모르는 게 없고 무엇보다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어. 그런데 우리 가을은 먹고 노는 것 말고는 하는 게 뭐가 있나.’
이렇게 비교해 보면 누가 더 잘났는지는 뻔했다.
임가을은 콧방귀를 뀌고 내 쪽을 노려보다가 휙 돌아서 가버렸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윤재야, 나랑 서재로 가자. 할 얘기가 있어.”
나는 그냥 회사 업무 얘기겠거니 하고 따라갔는데 막상 임태경이 입을 열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졌다.
“윤재야, 넌 항상 혼자 지내더라. 혹시... 가정 꾸릴 생각은 없니?”
‘이게 무슨 말이지? 설마 자기 딸을 나한테 시집보내려고 하는 건가? 내가 왜 임가을을 받아줘야 하지? 내가 여자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결국 회장님 얘기의 바탕에는 임라 그룹이라는 가문의 힘이 깔는 거겠지.”
“회장님, 전 아직 그런 생각 없습니다.”
내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임태경은 별다른 말 없이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있잖아. 나도 한창 사회생활을 할 때는 정말 죽어라 뛰었거든.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마흔이 넘더라. 뒤늦게 애를 얻었는데 그 덕분에 딸이랑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서 사사건건 대화도 잘 안되고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했어. 결국 가을이가 원하는 거라면 다 들어주면서 나름 곱게 키운다는 게 여기까지 왔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듯 말을 이었지만 나는 그 말의 중점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임태경 본인도 자기 딸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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