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새 프로젝트야. 재원 그룹 입찰!”
“임씨 가문이랑은 더 이상 손잡지 않기로 했대. 우리한테 기회가 온 거지.”
한다정이 계약서 한 뭉치를 내 앞으로 밀어놓더니, 내 물컵을 집어 들고는 아무렇지 않게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아, 목 말라 죽는 줄 알았네. 오늘 이 자료 하나 구하느라 하루 종일 뛰어다녔거든.”
나는 웃음 지으면서도 괜히 마음이 짠해졌다.
요즘 회사가 빠르게 커가는 데엔 한다정의 공이 컸다. 늘 새로운 협력처를 찾아다녔으니까.
재원 그룹이야 나도 이름은 익히 들어봤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지금껏 해성 운송의 임씨 가문만이 그들과 독점 계약을 따냈다.
이번에 그 인연이 끊겼다니, 예상한 듯하면서도 뜻밖이었다.
임태경이 회사를 임가을에게 맡기더라도 이런 대형 프로젝트는 직접 챙길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선을 그을 줄은 몰랐다. 그 소식이 그의 귀에 들어가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제부턴 나한테 맡겨. 내가 직접 가서 얘기해볼게.”
나는 한다정의 빈 컵을 다시 채워주며 말했다.
“같이 가.”
한다정이 싱긋 웃었다.
“내가 혼자 가는 게 불안해?”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네 멋진 모습 좀 보고 싶어서, 안 돼?”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재원 그룹에서 나 안 만나줄까 봐 걱정되는 거지?”
운송업계에서 내 이름이 좀 알려졌다고 해도 재원 그룹 같은 대기업 앞에선 한낱 미풍에 불과했다.
오히려 한다정은 한씨 가문의 금지옥엽이고 거기에 이미연 같은 상업계 여왕의 딸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미팅을 따내기 쉬울 것이다.
“아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한다정은 살짝 주저하다가 덧붙였다.
“임가을도 올 거라던데. 난 그게 좀 걱정돼서.”
그제야 나는 그녀의 속내를 읽었다. 임가을이 나를 곤란하게 만들까 봐 걱정하는 거였다. 하지만 이제 임가을은 내겐 거의 타인과 다름없었다.
나를 괴롭힌다고? 그럴 힘은 애초에 없었다.
“그럼 같이 가자. 종이장도 맞들면 가법다고 하잖아.”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차를 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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