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박정훈은 나한테 거짓을 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단정하는 데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이다.
임가을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물었다.
“무슨 일이야?”
박정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생각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원래 재원 그룹은 임씨 가문하고 손절하기로 돼 있었어요.”
“근데 임가을이 갑자기 도성 쪽 재원 그룹의 도련님이랑 연락이 닿더니 이 프로젝트를 따낸 거예요!”
그는 잠시 눈치를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내 생각엔 아마 몸으로 딜을 본 것 같아요. 밤새 잘 모신 덕에 이 계약을 손에 넣은 거죠.”
나는 또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했는데, 이게 도성 쪽 인맥이 엮인 거라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렇다고 나도 몸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한 가지 더, 소문에 의하면 재원 그룹이 이번엔 임씨 가문을 전폭 지원할 거래요. 해성 외곽의 무역과 운송을 싹쓸이하겠다는 거죠.”
“형님, 각오 단단히 해야 돼요.”
박정훈이 진지하게 당부했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임가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회사 문 닫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비아냥댔는데 이제야 그 뒷배경이 이해됐다.
재원 그룹이라면 정말로 해성 운송을 독점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가 되면,그녀는 아마 우리 회사를 가장 먼저 밟아 죽이고 싶어 안달이겠지.
“도성 쪽 사람들하고 연결할 수 있겠어?”
나는 박정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어떻게든 손을 써야 했다.
“재원 그룹 2대 지분은 진씨 가문 거예요. 거긴 나도 인맥이 없어요.”
박정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게, 그의 아버지라 해도 본사 고위 간부일 뿐, 도성의 주주 라인에 닿을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그래도 너무 낙담하지 마요. 난 아직 임씨 가문이 이걸 완전히 성사시킬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혹시 또 판세가 뒤집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의 위로에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 허황된 말에 내 앞길을 걸기엔 난 너무 현실적이었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