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이선아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 얘기였구나.”
“잠깐만, 전화 한 통 해볼게.”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옆으로 물러나 전화를 걸었다. 아마 바로 그 일에 대해 확인하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그녀는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윤재야, 나도 정말 도와주고 싶은데 재원 그룹이랑 우리 원정 그룹, 둘 다 이번 물량을 임씨 가문에 넘긴 것 같아.”
나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
사실 예상은 했던 결과였다.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이선아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내 쪽으로 눈을 찡긋했다.
“방법이야 있지.”
“근데, 내가 왜 널 도와야 되는데?”
장난기 어린 그녀의 눈빛이 순간 가슴을 쿵 하고 치고 지나갔다.
이거, 혹시 가능성 있는 건가?
“조건이 뭐든 말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조건 할게요.”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정말 뭐든?”
“뭐든요!”
내겐 다른 여유가 없었다.
협상이란 결국 이해관계였다. 이득만 있다면 심지어 남는 게 얼마 없더라도 상관없었다. 임가을에게 회사 목줄을 쥐어주고 망하는 것보단 천 배 나았으니까.
“그럼 잘래?”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자겠냐고? 잘못 들은 거지?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선아 씨, 나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에요. 진짜로 이 계약 따내고 싶어서 온 거예요.”
나는 난감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
“나도 장난 아니야.”
“저번엔 네가 거절했잖아. 근데 이번에도 설마 또 거절할 거야?”
그녀는 손으로 고운 턱을 받치고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 표정을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다른 남자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잘생겼냐고? 나보다 잘생긴 놈은 널리고 널렸다.
그리고 이선아 같은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만 까딱해도 줄 서는 남자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돈도, 얼굴도, 매력도 다 가진 여자가 굳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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