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그날이 세 번째였다.
나의 의붓동생이 내 약혼자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걸 목격한 게.
사무실 문은 제대로 닫혀 있지도 않았고 안에서는 신서빈의 달콤한 웃음소리가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우진 오빠, 제 룸메이트들도 다 남자 친구랑 같이 간대요. 오빠도 같이 가요. 네?”
노우진의 목소리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내가 네 남자 친구야? 내가 거길 왜 가? 지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여행은 무슨 여행이야?”
신서빈의 목소리는 부끄러움과 애교가 뒤섞여 있었다.
“저희 바닷가 가요. 오빠도 제가 수영복 입은 거 보고 싶다면서요?”
그제야 노우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보고 싶은 건... 그게 다가 아니지.”
잠시 후, 사무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감히 형용도 못 할 정도였다.
숨을 고른 채 문을 열고 들어간 내 눈앞에 펼쳐진 건 그들이 서로에게 파묻혀 있는 모습이었다.
노우진은 내 모습을 보자마자 신서빈을 밀쳐내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말했다.
“유리야, 오해하지 마.”
나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를 바라봤다.
오해?
셔츠 단추는 풀려 있고 바지는 부풀어 있고 입술엔 빨간 자국이 선명한데 이 상황에서 오해라니?
그리고 바닥에는 옷이 마구 흐트러져 있는 신서빈이 주저앉아 있었다.
곧, 그녀는 나의 눈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니가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어떻게 왔냐고?”
회사 월요일 아침 회의에 나는 늘 참석했다.
신서빈은 그걸 노려 내가 사무실에 있는 시간에 맞춰 찾아온 거다.
나를 도발하면서 동시에 천사인 척 연기하며.
노우진은 옷을 챙겨 입은 신서빈을 급히 내보내더니 내게 다가와 나를 껴안으며 죄인처럼 말했다.
“유리야, 미안해. 내가 못 참았어. 하지만 이번 한 번뿐이야. 네 동생이 자꾸 날 꼬셔서 그랬어. 게다가 걔가 너랑 닮았잖아. 네가 하도 터치를 못 하게 하니까 나도 좀... 걔는 그냥 대용품일 뿐이야. 난...”
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내 손이 먼저 움직였고 그대로 노우진의 뺨을 쳤다.
그 말은 신서빈만이 아니라 나까지 짓밟는 모욕이었다.
노우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날 비웃듯 물었다.
“신유리, 이젠 점점 더 기어오르네? 사과했으면 됐지 더 뭘 바라?”
나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작년에 네가 데리고 다니던 대학생, 상반기에 우리 아파트로 데려왔던 그 모델,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그렇게 그의 가면이 완전히 벗겨졌지만 노우진은 오히려 후련하다는 듯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냉소했다.
“그래, 알았으면 됐네. 나도 이제 안 숨길게. 성공한 남자 주변엔 유혹이 많아. 그래도 너희 아빠처럼 사생아 안 만든 게 어디야? 난 그래도 널 사랑해, 유리야. 이참에 너도 고상한 척은 좀 그만하지? 어차피 우리 결혼할 사이잖아. 미리 좀 즐겨보면 어때? 그러면 나도 딴 여자 안 만날게.”
나는 또다시 노우진의 뺨을 때렸고 그 두 대의 따귀로 우리 사이는 완전히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