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9화

이주성이 직접 차도겸의 해성시 출장을 제안하고 표까지 끊지 않았더라면, 그가 정말 하유선과 데이트하러 간 줄 의심했을 것이다. 비행기 일등석. 차도겸이 막 자리에 앉자, 옆자리에서 들뜬 목소리가 터졌다. “도겸 오빠? 진짜 오빠네요! 완전 우연이다.” 하유선은 예의 바르고도 놀란 듯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비행기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차도겸은 미간을 좁히고 그녀를 힐끗 한 번 본 뒤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거뒀다. “우리 진짜 인연인가 봐요.” 하유선이 말했다. 차도겸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웃으며 물었다. “오빠, 해성시는 출장이에요? 아니면 여행이에요?” “출장.” “아, 난 표지 화보 찍으러 가요. 이번 비행 심심할 줄 알았는데, 오빠를 다 만나네요.” 그녀의 볼이 수줍게 물들었다.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그 수줍은 표정은 본래 곱던 얼굴에 더 화려함을 얹었고, 옆자리의 외국 남성 둘도 고개를 돌려 바라보게 만들었다. “오빠, 지난번 일부러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하유선이 말을 이었다. 차도겸은 다소 못마땅했다. 그는 원래 말수가 적고, 앞에서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걸 싫어한다. 지금도 너무 시끄러웠다. 전용기가 정비 들어가지만 않았고, 해성시행이 갑작스러운 결정만 아니었어도, 여기 앉아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원래 희로애락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하유선을 비행기 밖으로 던져 버리고 싶을 만큼 성가셔도, 얼굴은 언제나처럼 냉정했다. 설렘에 들뜬 하유선은 그의 진짜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고 웃으며 계속 화제를 찾았다. “오빠, 들으니 우리 회사랑 협력 성사됐다면서요?” “응.” 차도겸의 목소리는 낮았고, 눈썹 사이에는 불쾌가 어른거렸다. 하유선이 말한 그 프로젝트가 실제로 하씨 가문에 넘어간 건 맞았다. 하지만 그의 뜻은 아니었다. 그는 하씨 가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건동이 그의 할아버지에게 가서 정을 호소했고, 노인은 두 집안의 관계를 생각해 그에게 프로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