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화
윤라희는 전화를 끊고 무표정한 얼굴로 드라이기를 꺼내 머리를 말렸다.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끄고 잠들 준비를 하려던 찰나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차도겸이었다.
깜깜한 방 안, 화면의 깜박이는 불빛이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에 비쳤지만 윤라희는 받으려는 기색 없이 조용히 화면을 바라보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벨이 울렸고 이번엔 망설임도 없이 바로 끊었다.
곧바로 띵 하는 알림음과 함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역시나 차도겸이었다.
[윤라희, 우리 얘기 좀 하자.]
방 안은 조용했다. 자신의 심장 소리만 들릴 정도로 정적이 감돌았다. 그 속에서 윤라희는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켰다.
몇 초 후, 그녀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
[그쪽이랑 더 이상 할 얘기 없어요. 차 대표님,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문자를 보낸 뒤, 그녀는 차도겸의 카톡 친구를 삭제했고 그의 전화번호까지도 블랙리스트에 등록했다.
이미 그는 하유선과의 약혼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자신과는 적일 수밖에 없었고 더 이상 엮일 이유도 없었다.
모든 걸 정리한 후, 윤라희는 휴대폰을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두고 불을 끄고 누웠다. 내일 깨어나면 또 새로운 시작이었다.
한편, 차도겸은 다시 메시지를 보내려 했지만 문자가 전송되지 않았다. 전송 실패가 뜬 걸 본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연달아 몇 번을 보내도 똑같았다. 결국 그는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윤라희가 그를 차단한 것이었다.
‘감히 나를 차단한 거야?’
차도겸은 당황을 넘어 분노로 치달았다.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연결할 수 없다는 안내음만 돌아왔다.
이쯤 되자 그는 확신했다. 전화번호도 차단당한 거였다.
“...”
차도겸은 이를 악물었다.
‘좋아, 윤라희. 정말 잘한다? 나를 차단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다음 날 아침.
이주성은 출근과 동시에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회사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남극에서 불어온 듯한 냉기가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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