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3화
“수진아...”
하유선이 연수진에게 말을 걸려던 그때, 유성화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출발할까?”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더는 연수진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몸을 돌려 걸어가 버렸다.
연수진은 서둘러 유성화의 뒤를 따르며 어떻게든 변명해 보려 애썼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흩어져 차에 올라탔다.
윤라희는 어깨를 으쓱였다. 하유선과 연수진의 우정도 겉보기엔 탄탄해 보였지만 알고 보면 별거 없었다. 결국, 살짝만 건드려도 쉽게 부서질 우정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연수진과 유성화의 천생연분 이미지 역시 한 순간에 무너지게 생겼다.
사실 윤라희도 처음부터 계속 시비를 걸어오는 연수진이 거슬려서 몇 마디 툭툭 던져볼 뿐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그녀의 생각보다 엄청났다.
사람들은 하나씩 차에 올라타서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윤라희가 대충 세어봤을 때, 준비된 차량은 모두 네 대였고, 사람은 열 명이었다.
연수진과 유성화는 연인 사이였으니 당연히 같은 차에 올라탔다.
그 뒤 차량에는 남자 셋이 올라탔다. 우선 한건호와 황지훈은 국내에서 알아주는 유명 감독들이었다. 나이는 이미 마흔을 넘겼지만 세월이 그들의 얼굴에 남기고 간 것은 그저 눈가에 진 잔주름 정도일 뿐, 전반적으로 아주 안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의 남자는 딱 봐도 잘생긴 비주얼에 훈훈한 인상이었다. 그는 바로 몇 년 전,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고 이름을 알린 조현빈이었다.
남자의 진짜 시작은 서른이라는 말이 조현빈에게는 딱 맞는 것 같았다. 그의 손짓 하나, 눈길 하나에서마저 성숙한 남성만이 풍길 수 있는 매력이 흘러넘쳤다.
비록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건 아니었지만 실력파 배우로서 ‘흥행 보증 수표’라는 호칭까지 붙었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옆자리에 앉은 또 다른 여자는 갓 스무 살을 넘긴 듯 꽤 어려 보였다. 하지만 온몸에는 명품을 걸치고 있었고, 어깨에 메고 있던 크로스백 역시 유명 브랜드 제품이었다. 차림새에서부터 세련되고 단정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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