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 [설한을 뚫고 핀 꽃]은 박범준 거사가 직접 주 멜로디를 제공했고 작곡팀의 최고 선배 다섯 명이 한 달 넘게 공들여 완성한 곡이야. 마지막으로는 온설희 선배가 최종적으로 다듬고 완성했고. 올해 민족악단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온설희는 윤라희보다 더 인기가 많았던 뛰어난 가창력으로 ‘아시아 노래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온설희가 직접 작곡한 모든 곡은 주요 음악 차트를 휩쓸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SNS 팔로워만 8천만 명에 달하는 진정한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여신이자 연예계의 절대적인 정상이었다.
‘윤라희, 당신은 이제 SNS 팔로워도 수십만밖에 남지 않은 구식 배우일 뿐이잖아. 그저 운 좋게 [시든 꽃]의 후반부를 조금 손봤다고 해서 작곡가라도 된 줄 알아? 감히 온설희가 최종 수정한 악보를 평가하려 들다니, 진짜 분수를 모르는구나!’
모두가 경멸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윤라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직접 연주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눈살을 찌푸릴 때 박범준만은 눈을 반짝이며 유미희에게 자리를 비켜주라는 손짓을 보냈다.
박범준은 윤라희가 작곡하는 장면을 누구보다 좋아했고 윤라희가 만드는 선율은 언제나 놀라움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윤라희와 나눈 작곡 관련 영상통화는 모두 녹화해두었고 그걸 자주 꺼내 연구하곤 했다.
실제로 [설한을 뚫고 핀 꽃]의 주 멜로디는 그 영상 중 윤라희의 편곡을 보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였고 말하자면 이 곡의 시작은 윤라희였다.
유미희는 잠시 머뭇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유미희의 가야금은 어머니가 골동품 시장에서 100만 원 넘게 주고 산 귀한 악기로, 평소에도 함부로 남에게 만지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런 악기를 윤라희처럼 더럽다고 여기는 배우가 연주하겠다고 하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윤라희는 그런 시선을 흘긋 바라보고는 아무 말 없이 연습실 뒤편의 공용 가야금을 향해 걸어갔고 그리고는 조용히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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