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백하임의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조금만 더 크게 뛰었으면 고요한 밤공기에 그대로 들켜버릴 것 같았다.
‘설마 나를 찾으러 온 건가? 아니면 여진이도 이곳에 온 걸까?’
혹시나 동생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까 봐 자기를 대신해서 달래보라고 온 건지, 아니면 정말 자신을 찾으러 온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백하임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감정을 억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그런 건 저한테 묻지 말고 그분께 직접 물어보세요.”
그러나 고선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 만약 그게 하임 씨라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돌아갈 겁니까?”
백하임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고 가슴 한가운데 커다란 돌덩이가 얹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손을 놓은 건 그녀였고 애초에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했던 것도 백하임이다.
‘내가 지금 돌아가면 방해만 되겠지.’
“음, 조금 미안하지만 저는 안 갈 것 같아요.”
“왜요?”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백하임은 눈을 뜨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잠시 후 남자의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그럼 저한테 이야기나 들려줄 수 있을까요?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행복해질 자격이 있어요.”
백하임은 조롱인지, 해탈인지 모를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그래요? 제가 좋은 사람이라고?”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아니, 거짓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저랑 제 남자 친구는 어려서부터 붙어 다녔어요. 어릴 땐 나무에 올라가서 복숭아 따면 걔는 밑에서 받아주곤 했죠. 그런데 첫 번째 뛰어내렸을 땐 못 받았어요. 제가 무릎을 바닥에 박아 피가 철철 났는데도 괜찮다면서 계속 뛰라고 했죠. 다음날 제 무릎은 많이 부었고요. 중학생 땐 생리통 때문에 너무 아파서 죽는 줄 알아서 울면서 걔를 찾았더니 걔도 같이 울었어요. 그리고 칼까지 들더니 제가 죽으면 자기도 죽겠다고 어찌나 난리를 부리는지...”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고등학교 졸업할 땐 편지로 고백했어요. 얼굴이 빨개져서는 뭐 훔치러 온 사람도 아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