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강인아는 듣고 입꼬리가 씰룩했다.
‘현우한테 내가 바로 백씨 가문 집에 살고 있다고 말할까 말까?’
지현우는 몇몇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주입하려는 듯 정색했다.
“백씨 가문은 백 년의 기반을 갖고 있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세력이 훨씬 복잡해. 현 회장이 집안을 맡은 뒤로 경시의 판도가 달라졌어. 이유를 파고들면 회장이랑 원세 그룹 고민지 옛 연애사가 얽혀 있지.”
생각이 샜다는 걸 자각한 지현우는 급히 본론으로 돌아왔다.
“경시는 권력의 중심에 속해. 각 가문 뒤에는 수많은 이익 집단이 줄줄이 엮여 있어. 인아야, 내 말 하나만 들어. 무슨 일 하려면 꼭 먼저 나한테 한마디 해.”
강인아는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전화를 끊고는 컴퓨터 앞에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귓가에는 지현우가 무심코 흘린 그 한마디가 맴돌았다.
‘두 사람이 한때 사귀었다고? 경시의 여신 고민지에, 주예원까지... 백세헌의 연애사가 생각보다 꽤 풍부하네.’
강인아는 백세헌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곧장 컴퓨터를 조작해 기술적 수단으로 법원의 등록 시스템에 침투했다.
‘그 늙은가가 결혼증명서 한 장으로 내 앞날을 주무르려 한다? 절대 뜻대로 안 해줄 거야. 인연결이라 이거지?’
해커계의 최정상 제로라는 이름은 국제적으로 통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자신이 제로라는 걸 아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주예원의 그 수상작은 특정 영역에서는 빈틈없지만, 제로를 만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혼인 시스템에만 뚫고 들어가 백세헌과의 부부 관계를 해제하면 인연결도 알아서 풀릴지 모른다.
마침내 찾던 페이지가 떠서 키를 두드려 해제를 시도하는 순간, 화면이 새카맣게 꺼지고 메인보드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몇 초간 멍하니 있던 강인아는 허공을 향해 욕이 터졌다.
“노친네, 역시 독하네. 내가 노친네 심혈을 뽑아야 제한을 풀 수 있는 걸 알면서, 그건 차마 못 할 줄 알고 이참에 실컷 괴롭히겠다는 거지?”
아직 분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혀를 날름거리는 푸른 뱀이 입을 쩍 벌리고 이쪽으로 돌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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