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강인아는 단번에 잠이 깼다.
휘장과 쪽지를 툭 쓰레기통에 던지고 가방을 멘 채 후문으로 갔다.
후문 앞에는 색이 요란한 페라리 한 대가 서 있었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패션 풍 개량 한복 한 벌을 입고 차 문에 느긋하게 기대 있었다.
목에는 비취 패물을 걸고, 손목에는 나무를 조각한 염주를 감았으며, 엄지에는 용문으로 새긴 옥반지를 끼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겉과 속 모두 돈으로 쌓아 올린 티가 났다.
남자는 강인아가 나오자 손을 들어 인사했다.
“인아야, 여기.”
강인아는 그를 힐끔 보기만 하더니 마스크를 쓰고, 우리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태도로 몸을 돌려 떠났다.
남자가 뒤에서 일러 주었다.
“그분이 날 시켜서 널 찾으랬어.”
한참 걸어가던 강인아가 다시 돌아왔다.
“그 노친네 어디 있어?”
남자가 차 문을 열어 손짓했다. “타서 얘기하자.”
“나 차 끌고 왔어.”
“네 그 고물차는 진작 폐차해야지. 그걸 몰고 다니면 안 창피하냐?”
남자는 강인아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조수석에 밀어 넣었다.
“걱정하지 마. 잡다한 인원은 전부 비웠어. 우리 스캔들 찍히는 일 없어.”
그제야 강인아는 원래 북적여야 할 캠퍼스 후문에 사람 그림자 하나 없다는 걸 알아챘다.
“하여천, 오래 못 봤네. 너의 요란 떨기 특징은 여전하다.”
강인아는 하여천이 나타날 때마다 BGM을 달고 등장하는 그 성향을 제일 못 견딘다.
원래도 눈에 띄는 얼굴인데 굳이 슈퍼카와 화려한 옷까지 곁들여 번쩍거림을 과시한다.
세상에 대고 자기가 관종이라고 선포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여천은 그 비꼼을 아예 개의치 않았다.
엑셀을 한 번 밟자 차가 수백 미터를 튀어 나갔다.
하여천이 생수 한 병을 던져 주었다.
“재밌는 데로 데려갈게.”
생수를 받은 강인아가 물었다.
“어디로?”
하여천이 비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가 보면 알아. 맞다, 너 요즘 어떤 플랫폼에서 방송하지?”
강인아는 뚜껑을 돌려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현문 쪽은 규칙이 귀찮아. 매달 첫날마다 사람을 끌어와야 하거든.”
하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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