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강인아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백세헌의 허리에 걸터앉아 한 손으로 그의 턱을 들어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뜻밖이네요. 우리 남편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난 당신처럼 겉은 차갑지만 속은 소심한 남자들이 좋거든요.”
그녀의 아래 누워있던 백세헌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강인아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길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뭘 하려는 거야?”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강인아는 백세헌의 턱을 잡고 천천히 몸을 숙였다. 백세헌은 그녀가 자신에게 키스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강인아는 그의 뺨을 물어뜯었고 이빨 자국을 남겼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난 절대 손해를 보는 사람이 아니에요. 누군가 날 불행하게 만든다면 난 상대에게 몇 배로 되갚아줄 거예요.”
백세헌은 침대에 누워 싱글벙글 웃었다.
‘재미있는 여자군.’
그 순간, 갑자기 전화가 울렸고 전화기 너머로 오혜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예원 씨가 회장님께 볼일이 있다고 찾아왔습니다.”
주예원?
백세헌은 강인아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에 변화가 생길 줄 알았는데 강인아는 덤덤하기만 했다.
강인아는 그가 다른 여자와 만나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렇게 착하고 철이 들고 질투가 뭔지 모르는 아내는 그한테 번거로움을 많이 덜어주었다.
백씨 가문의 거실, 주예원은 미리 준비한 선물 세트를 오혜지의 앞에 내밀었다.
“친구가 해외에서 가져온 스킨케어 제품인데 너무 많아서 혼자 다 쓸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가져왔어요.”
주예원은 생각이 짧은 사람이 아니었다. 백세헌의 아내가 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그녀는 백세헌과 관련된 모든 사람한테 환심을 사려고 했다.
오혜지는 스킨케어 제품의 브랜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한 세트에 최소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이었다.
재벌 집에서 일하는 게 이런 좋은 점이 있을 줄은 몰랐다.
집안일을 하는 하인이었지만 매일 접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의 임원들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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