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기회를 이용해 그의 통제에서 벗어난 강인아가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하고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막 들어오려던 주예원과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다.
강인아가 백세헌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본 주예원은 믿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방 안의 풍경은 한눈에 들어왔다. 강인아의 우아함을 한껏 돋보이게 했던 고운 한복은 고름 하나가 떨어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게다가 강인아 모습을 보니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옷은 갈아입었으며, 립스틱조차 인위적으로 심하게 지워진 상태였다.
공단 소재 시트를 깔아놓은 커다란 침대 위는 어수선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항상 차갑고 절제된 모습만 보였던 백세헌의 눈가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정욕이 남아 있었다.
성인인 주예원이 백세헌과 강인아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아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강인아는 주예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더니 그녀에게 귓속말로 조용하게 일러주었다.
“양심껏 충고 한마디 해줄게. 본분을 지키고 넘보지 말아야 할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마. 아니면 그 결과는 감당하기 어려울 거야.”
야릇한 미소를 흘리며 강인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주예원이 상대의 경고를 귀담아들을 리가 없었기에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치던 그 순간, 강인아가 슬그머니 '작은 선물'하나를 두고 갔다는 걸 그녀는 자연히 알 리 없었다.
그녀는 전혀 상관없는 두 사람이 대체 언제부터 이런 사이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백 회장님, 당신과 강인아…”
욕정을 해소하지 못한 백세헌은 지금 기분이 엉망이었기에 주예원에 대한 반감도 숨기려 하지 않았다.
“당신은 단지 나한테서 배에 오를 기회를 얻었을 뿐입니다. 내 사생활과 관련된 건 당신이 물을 권리가 없어요.”
방 안으로 들어갈 기회조차 없이 주예원은 백세헌의 명령으로 쫓겨나야 했다.
연이어 많은 충격을 받은 주예원의 마음속 질투와 원한은 절정에 달했다.
강인아가 화근이었다. 그 여자가 자신의 삶에 갑자기 나타난 이후로, 불행한 일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지난 일들을 하나씩 떠올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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