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유현숙은 고지수와 심동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리가 없었다. 그녀는 아직도 자기 아들이 덴보크에 있던 때처럼 고지수를 대놓고 못마땅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유현숙은 아주 ‘그럴듯한’ 결론을 냈다.
“너, 설마 엄마가 지수를 데려오면 사랑을 뺏길까 봐 걱정하는 거야?”
“...”
심동하는 순간 말을 잃었다. 가끔은 정말 여자들의 상상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담담하게 설명했다.
“제 생각엔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셔서 지수 씨를 초대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요.”
유현숙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더 낫네. 그렇게 할게.”
심동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유현숙이 직접 고지수에게 찾아가는 건 막았지만 기어코 고지수를 양녀로 들이겠다고 운운하다가 자신과 고지수가 남매가 되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 마디 더 못 박았다.
“제발 만나자마자 양녀 얘기를 꺼내진 마세요.”
“알았어, 알았다니까. 내가 지수한테 언제 시간 되는지 물어볼게. 너도 시간 빼놔. 우리 셋이 같이 밥 먹자.”
유현숙의 목소리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오해와 편견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 심동하는 결국 짧게 대답했다.
“네.”
전화를 끊고 난 뒤에 유현숙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었는데 두 걸음쯤 옮긴 순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일밖에 모르던 동하가 이렇게 순순히 동의한다고?’
그런 의문이 생기자 조금 전의 통화 내용이 자꾸 되새겨졌고 유현숙은 뭔가 석연치 않았다. 딱히 꼬집을 순 없는데 묘하게 찜찜했다.
유현숙은 고지수에게 귀국 소식을 알렸고 집으로 초대하기도 전에 고지수가 먼저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유현숙은 쾌재를 부르며 약속 시간을 잡았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그날 심동하더러 직접 고지수를 데리러가게 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날, 심동하는 약속보다 일찍 고지수의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잠시 후 그녀가 양손 가득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각진 박스, 둥근 박스, 심지어 대나무 바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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