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화
연말이 다가오자 단지 안에는 등불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어 제법 들뜬 분위기를 풍겼다.
심동하가 막 차를 세운 참이었다. 그때, 고지수가 그에게로 달려왔다.
하얀색 패딩 점퍼를 걸쳤는데 지퍼는 채우지 않은 채였다. 튀는 색은 아니었지만 햇살이 비치자 금빛처럼 반짝여 보였다. 모자에는 고운 털 장식이 달려 있었고 그녀가 달려올 때마다 춤추듯 흔들려 꼭 작은 태양 같았다.
“심 대표님.”
바로 이 호칭이, 심동하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지수는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가 꽤 시간이 걸린 탓에 그녀는 일부러 달려 내려온 것이었다.
조금 숨을 고르던 그녀에게 심동하가 물었다.
“왜 지퍼 안 올렸어요?”
고지수는 얼른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안에 난방이 빵빵해서 나올 때는 안 추웠어요. 올라가시죠.”
심동하는 차에서 준비해둔 선물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집들이 선물이에요.”
“뭐예요?”
“렌즈요.”
이에 얼굴이 환해지며 고지수는 당장이라도 열어보고 싶었다.
심동하는 그녀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겉봉투를 받아 들고 상자를 열 수 있게 도와주었다.
“니콘 신제품 렌즈예요. 비싼 건 아니고 그냥 한번 써봐요.”
고지수는 조심스럽게 렌즈를 챙겼다.
연초에 신제품이 나왔을 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그때는 사진 찍기를 다시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 사도 소용없을 거라 생각했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살 겨를도 없었는데 뜻밖에도 심동하가 사준 것이다.
“고마워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녀가 문을 열자 앞치마를 두른 채 고지수가 어디 나갔는지 궁금해하던 심동윤이 부엌에서 튀어나왔다.
“선배, 어디 갔다 오...”
그러다 고지수 뒤에 선 심동하를 보고는 웃음이 굳어졌다.
오늘은 송서아와 자기만 부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송서아에게 큰 빚을 진 꼴이 되었다.
심동윤은 재빨리 표정을 고쳐 예의 바르고 공손한 미소를 지었다.
“심 대표님 모시러 나갔던 거군요?”
“응.”
심동하의 시선도 심동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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