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고지수의 얼굴에 피어있던 열감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는 지난 몇 년간의 결혼생활로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줄 알았다. 어디로 가나 자신은 그저 노재우의 엄마로, 노민준의 아내로밖에 살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누군가는 아주 미약하게나마 그녀의 본래 모습을 찾아내 주고 있었다.
‘다행이다.’
그 생각에 고지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심동하가 앞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금방 다시 웃음을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책상 하나만을 사이에 둔 가까운 거리였기에 심동하는 그녀의 표정 변화를 전부 다 눈치채고 있었다.
원체도 예쁜 얼굴의 여자였지만 웃으니 더더욱 그 미모가 돋보였다.
물론 웃는 게 예쁘다고 해서 심동하의 심경에 어떠한 변화가 인 건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일에 관한 것밖에 없었다. 그는 그저 만족스러운 결과만 도출해 낼 수 있으면 그거로 되는 사람이었다.
얘기를 마친 후, 심동하는 고지수에게 이만 나갈 것을 요구했다.
고지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한번 숙인 채 몸을 돌렸다. 이제 막 시선을 거두어들이려 했던 심동하는 그녀가 움직이는 순간 아주 잠깐 멈칫했다.
허리가 너무나도 얇고 가늘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실에서 나온 고지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심동하는 근 몇 년간 그녀를 노민준의 아내가 아닌 고지수로서 바라봐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그녀에게 일할 기회도 주고 그녀의 작품을 인정해 주기까지 했다.
그 생각에 조금 벅차오른 고지수는 곧장 심동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혼합의서는 이미 받아냈어요. 한 달 뒤면 정식으로 이혼할 수 있을 거예요. 그 기간 동안 대표님에게 폐를 끼치거나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없을 거예요.]
고지수는 어쩐지 문자가 힘도 없고 딱딱한 것 같아 잠깐 망설이다가 거짓말을 살짝 보탰다.
[사실 전남편을 아직 사랑하고 있지만...]
거짓말이고 그저 거짓말을 문자로 옮기는 것뿐인데도 그녀의 미간은 이미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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